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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Aug 12. 2022

흡연과 폭력, 그리고 평화


흡연실에서 담배를 태우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피해를 덜 줄 수 있다.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니것은 담배는 자살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말을 남겼다. 흡연실은 자살을 도와주는 장소와도 같다. 다른 사람들은 함께 데려가지 않으며.

요즘 이웃 아파트에서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일정하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여자의 목소리다.

"담배 연기 올라온다~ 담배 연기 올라와요~"

어제는 그 말이 정확하게 들렸다. 서울 사람의 억양이었다. 큰 목소리였지만 나긋나긋했다. 기분 나쁘게 들리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끝냈다. 어떠한 거친 말을 더한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내게 한 소리였다면 나는 내 죄를 인정하고 속죄할 수 있었을까.

담배는 재를 남기고, 여러모로 일상 공해에 해당된다는 사실에 위축되고는 한다. 네모난 상자를 만들고 그곳에 필터를 장착하는 아이디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필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공해는 일어날 것이다. 나는 담배를 끊고 싶다. 그러나 진짜 끊지 못하는 것이 무조건 중독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핑곗거리를 줄이며 살기에 나는 그만큼 떳떳하지 못한 것일까. 술처럼,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기도 하며 어떤 식으로든 존재의 어색함을 떨처내려 한다. 커피를 마시면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기도 한다. 담배와 술은 되려 더 큰 불안을 가져오고는 한다.

"일은 잘 돼가?"

누군가가 내게 그런 말을 해온다면, 또는 누군가에게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그때 우리는 손에 무엇을 쥐고 있을까. 카페는 평화로운 장소다. 비교적 청정한 공기 속에서, 그 정도면 조용한 세계 속에서 그렇게 대화하는 것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늘 안에서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연타석 홈런 세계신기록이 나왔습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무라카미 무네타카가 5연타석 홈런을 때렸다는 소식을 접한다. 야쿠르트의 홈구장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 직감 같은 꿈을 꾼 장소로도 알려졌다. 사람들은 때로 하늘 위로 솟는 무언가를 보고 싶어 한다.

일본으로 여행하고 싶다. 새로운 세계를 찾아 떠나는 일은 새로운 해결책이 되기도 한다.

나는 그곳이 흡연실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곳을 유리로 해놓든 무슨 색을 발라 벽을 만들어놓든 그러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호하는 관중들의 모습이 사진으로 담긴 벽이라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그곳에서 꿈을 키운다. 그건 몸에 해롭고 더욱 큰 스트레스를 쌓게 하는 일이다. 나는 불안하다. 담배를 태우는 내가 담배를 태운다 말하는 것조차 말이다.

'헤어질 결심'에서 고경표가 박해일과 흡연실에 있는 장면이 내게는 왜인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극단적인 렌즈 화각과 그곳에 갇힌 두 형사. 아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둬놓는 그 현장. 예쁜 벽의 색깔과 곧 경찰차가 출동하는 모습을 보이게 하는 디테일. 그곳이 부산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모른다. 초량의 그 높은 계단을 오르던 장면들 뒤에 나온 장면이어서 그런지 모른다. 아니면 수완이 이지구를 팰려고 하는 장면이 흥미로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때로 거친 것이든 평화로운 것이든 그것에서 낭만을 찾으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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