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에 심어진

by 문윤범


미나리가 제철일 때 배우 윤여정이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21년 4월의 일이었다. 그맘때면 사람들은 미나리를 찾는다. 삼겹살과 함께 구워 먹고 싸 먹으면 참 맛있다. 2020년 2월에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원래 2월 마지막 또는 3월 첫째 일요일에 열리는 시상식이라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021년에는 2개월가량 늦춰졌다. 그리고 올해 미국 내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폭력 사건들이 뉴스로 많이 보도되었다. 코로나19 때문일까, 아니면 미국 사회로 침투해 들어오는 아시아 문화 때문일까.


몇 년 사이 아시아인 혐오 현상이 미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기생충은 극혐스러운 인간들의 생존기를 다루기도 했다. 영화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투영한다. 때론 앞서 나가 그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될 때도 있다. 미국 영화 '윈드 리버'는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묘사하기도 했다. 2016년에 개봉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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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드 리버에서 인디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얼굴을 볼 때 부분적인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인디언들이 아시아인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 영화에서 나탈리 역을 맡은 배우 켈시 초우는 중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인디언으로 분했다. 내 눈에는 충분히 인디언처럼 보였다.


우리가 인디언들의 설움을 잊게 해줄 수 있을까. 살아온 땅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그 누군가를 대신 찾아가 항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조금 다른 문제일지 모른다. 인디언에 대한 동정보다는 미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우리의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인디언 모자를 쓰는 장면에서 난 그 모습이 정말 인디언 같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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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은 기생충에서 영어를 말하기도 했다. 그녀에게는 큰 빈틈이 있었다. 그렇다고 박 사장에게는 빈틈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마약 운운하며 헛다리를 제대로 짚는 모습도 보였다. 그 사이 반지하 집 사람들이 그들의 집으로 침투해 들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에서 원주민을 만나게 된다. 아니면 그냥 귀신을 본 것이었을 수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으로부터 수만년전 수천년간 이어진 빙하기의 여파로 모조리 죽고 없었으니까.


그때 살아남은 몇몇의 호모 사피엔스로부터 이어져온 인류. 아프리카에서부터 온 것인지 아시아에서 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유럽일 수도 있다.


인디언들이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이었을까. 그곳에 무엇이 있었든 그들 역시 개척자였을 것이다. 자료를 찾아보면 인디언은 기원전 18,000년 경 빙하기에 베링 육교를 건너 알래스카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시간을 거쳐 아래로 아래로 내려왔다는 설이 전파되고 있다. 그들은 아시아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넘어온 종족이었다고 전해진다. 송강호가 인디언 보호구역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 개연성 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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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미나리는 억센 식물이다. 미나리는 황량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도 잘 자랄 것이다. 이미 정이삭 감독 같이 잘 정착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이렇게라도 편지를 보낸다. 꾹 꾹 꾹꾹 꾸우우욱.


기우가 했던 마지막 대사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계단만 올라오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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