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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Oct 24. 2022

나는 스시보다 회를 사랑한다 말할 것이다


왜냐면 나는 대한민국인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초밥, 그건 무척 매력적인 음식이다. 굽고 삶고, 지지고 볶고 튀기기도 하는 요리와는 조금 다른 범주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초밥은 보존을 위한 고민에서부터 시작된 음식이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식상하지 않은, 오히려 더 진화한 형태로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만든 '스시'라는 것은 어쩌면 형태의 음식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내어놓는, 먼저 나오는 조리된 음식들을 담는 그릇의 모양이나 문양 따위도 이제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오마카세는 일생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지만, 일명 폰마카세라 불리는 문화에 푹 빠져들게 된 나는 스시란 보기에도 좋은 음식이었기에 그랬다. 초밥이라고는 뷔페, 또는 도시락이나 배달 음식 등으로 먹어본 것이 전부이지만 나는 벌써부터 좋은 스시의 기준을 정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폰 안에서, 아니 컴퓨터 안에서 경험하는 음식이라면 결국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초밥의 모양이나 업장의 분위기 따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밥을 쥐는 자의 손놀림과 표정, 그가 가진 성격 같은 것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현재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마카세를 꼽으라면 '니혼바시가키가라초 스기타'의 그것일 테다. 그가 현존 최고의 스시 장인으로 불린다. 아니다. 그전에 오노 지로라는 자가 있었다. 일반인들이 더 이상 가기 힘들어졌다는 이유로 다소 잊힌 존재가 되었지만 사실은 그가 최고였다. 나는 그것이 궁금하다. 아직 그들의 초밥을 먹어보지 않은 입으로 나는 그런 말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최고는 누가 정해주는 것인가.

오마카세 문화가 일본에서 대중화되고, 또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중요한 음식문화가 되어 가는 이유는 결국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스키야바시 지로' 초밥집에 초대한 이유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나는 조심스레 그런 추측을 해본다. 우리는 그저 그 문화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푹 빠져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왜 이제 지로보다 스기타를 이야기하는가. 스키야바시 지로는 아베와 오바마가 함께 식사한 자리로 알려져 이목을 끌게 됐고, 그런데 니혼바시가키가라초 스기타 같은 경우에는 타베로그라는 사이트를 통해 크게 유명해졌다. 네티즌들, 그러니까 일본의 인터넷 세상 속 사람들이 꼽은 최고의 초밥 장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 가게도 예약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어졌다는 게 사람들 입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본 국민이 뽑은 최고의 스시집도, 그곳에 존재하는 최고의 초밥 장인도 끝내 신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일본 초밥집을 드나들며 사진을 올리고 영상을 찍는 수많은 한국인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정치인은 일식집만 가고 일본 제품만 사용해도 욕을 먹는데 왜 인터넷 세상 속 수많은 사람들은 일본어까지 써가며 그 문화를 소개하고 심지어 자랑하듯 말하기까지 하는 걸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의 정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생각한다. 친일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그속에 있기를 두려워하는 건 이미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일본 정치와 대결하고 싸우는 건 오로지 독도, 위안부 문제 뿐인 것처럼도 느껴진다. 문화적으로도 두 국가는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또 경쟁하기를 원하는지 모른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소풍을 가면 도시락으로 김밥을 싸갔다. 그때부터 쫓아야만 했던 건지 모른다. 그 음식의 뿌리를 찾아, 어쩌면 하나의 점에서 모두 만나게 될 그 의미없고도 긴 여정을 떠나야만 했던 것인지도.

폰마카세, 아니 컴마카세 몇 년 동안 내가 꼽는 최고의 스시 가게는. 그러나 결국 단 한곳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든 것이 그럴지 모른다. 누가 하는 일인지가 그저 중요할 뿐이다. 그가 기억될 사람인지,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사라지고 말 자인지.

안주가 나오는 모양새, 또는 식욕을 자극하면서도 가장 아름답게 놓이는 스시는 스기타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초밥의 모양 하나로 보면 사이토라는 장인의 그것이 가장 균형적으로 느껴졌다. 완벽에 가깝다 할 정도로 말이다. 두 사람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론하는 초밥 만드는 사람들이며, 그들은 곧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총리가 소개한 자가 아닌, 일본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은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의 횟집들이 좋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 유치하기까지 한 간판들, 그 위의 글자들. 음식도 문화라면, 그러나 나는 일본어의 모양보다 한국어의 모양이 더 아름답다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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