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영화를 좋아한다. 호숫가에 방갈로 하나를 얻어 작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고 그곳에 고양이 한마리가 찾아와 자연스럽게 함께 지낸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폰이 터지지 않는 것이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당장 먹을 것이 필요해 동네 슈퍼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봐오는 것도 해보고 싶은 일 중에 하나다. 그 와중에 고양이가 먹을 통조림까지 사와 챙기는 다니엘 크레이그.
그는 밀레니엄사에서 기자로 일하지만 재벌 총수 베네르스트룀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 소송에 휘말린다. 블롬크비스트는 이 소송에서 패소하고 거액의 손해 배상액을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그런 그에게 헨리크 방예르가 손을 내민다. 헨리크는 스웨덴 일류 기업의 총수였다. 하지만 자신의 조카 하리에트가 사라진 이후로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방예르 사는 이제 한때의 일류 기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베네르스트룀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업이다. 헨리크는 블롬크비스트에게 자신의 자서전을 써달라고 부탁하는데, 물론 그건 공식적인 임무다. 실제로 그가 맡아야 할 일은 하리에트의 미스터리를 푸는 역할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사온 커피 전문점 커피는 Wayne's coffee였다. 심플한 디자인의 컵이 마음에 들었는데 실제 스톡홀름에서 설립된 커피 전문점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은 모두 영어로 말한다.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노우맨'도 그랬다.
다니엘 크레이그, 블롬크비스트가 헤데스타드 섬으로 가는 길에서부터 호숫가 방갈로에 짐을 풀기까지의 여정이 꽤 흥미롭다. 왜인지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니까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기자와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면 아마 노트북 앞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는 점일 테다. 원작 소설 '밀레니엄 3부작'을 집필한 스티그 라르손은 작가인 동시에 기자였다. 주인공이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장면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라면 특히 그것에 신경 썼을 것이다. 맥북 프로가 눈에 띄었고, 영화 전반에 깔리는 하얀, 회색의, 실버톤의 색감이 블롬크비스트라는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반면에 루니 마라가 연기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블랙키시한 분위기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녀는 머리색이 검고, 화장을 한 눈밑도 검으며, 무엇보다 표정이 매우 어둡다.
'나를 찾아줘'의 감독이 하리에트를 찾아 나섰을 때
그녀가 주로 움직이는 스톡홀름 거리의 풍경은 블롬크비스트가 머물게 되는 헤데스타드 섬의 분위기와 또 다르다.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그녀와 연관된 인물들이 거주하는 스톡홀름의 아파트는 공동 주거 단지라는 목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다. 높은 주거 밀도의 문제는 범죄율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헤데스타드 섬에서 발생한 이 미스터리한 사건은 헨리크 저택의 주위를 맴도는 눈보라와 같은 것이었다. 초반 헨리크의 변호사가 리스베트를 만나는 장면을 주목할만했다. 귀, 코, 눈썹 등에 피어싱을 한 나인 일치 네일스 풍의 젊은 여자와 이마에 작은 혹이 나있는 정장 차림의 나이 든 남성.
데이빗 핀처 영화가 매력적인 부분은 어쩌면 스토리의 전개에 있을지도 모른다. 어린 나이에 '파이트 클럽'이라는 영화를 보고 꽤 충격을 받았으니까. 하지만 연출은 꼭 스토리텔링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니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면 토마스 알프레드손의 '스노우맨' 같은 영화도 그 정도의 악평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 David Fin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