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보고

by 문윤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1988년 작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색깔을 잘 사용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건 무언가 끝에 있는 감각처럼 보였다. 예술적 가치를 느끼게 했다. 그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신경적으로 끝으로 다가가는 듯한 미장센을 접했다. 하지만 무겁거나 점잖거나 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대단히 흥미로운 전개도 아니어서 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아직 반 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작가주의라는 이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연기보다 감독의 연출이 가운데에 있는. 연기보다 표현이라는 보다 표면적인 것들을 비추는. 그런 부류의 감독들이 가진 특징이 하나 있다면 반대로 그 어떤 감독들보다 배우를 극 안으로 끌어들일 줄 아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감독의 세계 바깥에서 겉도는 존재가 아니라 그 세계에 동화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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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1988


작가주의 감독들의 출현이 소설의 세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점점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탄생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롭게 앉아 누군가가 하는 이야기를 보고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들을 수도 있게 됐다. 손을 쓰지 않아도 되고 책장을 넘기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불을 끄고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에 대한 대응처럼 보이는 오디오북은 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메리트를 가진다.


언젠가부터 책은 이론 전파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리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과학을 할 수도 있다. 난 SF에 큰 뜻을 품고 있지 않다. 그런데 과학을 하자니 SF로 가게 되는 경향이 있다. SF 영화들을 많이 참고하게 된다.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를 봐도 그들의 이야기는 현실에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창의성을 넘은 공상의 어느 세계에 있는 듯하지만 실상은 현실에 가까운. 그 안에는 분명 일상적인 패턴들이 있다. 의도조차 알 수 없는 벽지 무늬와 가구 배치, 그리고 소품들의 장식. 깔끔한 인테리어와 간단한 장식이야말로 어쩌면 이상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할 때가 있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 것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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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jeres Al Borde De Un Ataque De Nervios, 1988


그래서 작가란, 작가주의 감독이란 때론 잔인한 면모를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람조차 배치를 하고 그들의 동선을 짜는 일에도 매우 열심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같은 면모다. 현대 소설에서 비교적 소홀하게 다루는 부분은 아닐까 의심해 본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영화가 훌륭한 경쟁상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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