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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May 14. 2023

The Eyes of Hokkaido



그는 고개를 떨어뜨렸고 담배를 입에 문다. 그의 입으로부터 연기는 피어오르고, 그 시선은 저 먼 공장의 굴뚝을 향한다. 그것은 왜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높은 곳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나는 그것을 과학이라 여긴다. 야나가와 히사시의 고독은 필연적인 것이며 그래서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해야만 한다. 또는 쇠를 녹이거나 굳게 하는 등의 지혜가 필요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범인의 범행 대상은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여성들이었고 그는 그들을 자신의 조각으로 여겼던 것이 분명하다. 부서지고 깨어진 유리조각들 같은, 그는 그것들을 모아 다시 붙이는 일에 꿈이 있었다.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말했고 그런 글을 썼다. 그는 아이누족 혈통일 것이고 범인은 이 세계에는 여전히 어떠한 주술적 힘이 작용한다 믿는 자일 것이라고. 히사시는 웃는다. 쓴웃음을 지으며 그가 나열하고 배열한 글자들을 볼 뿐이다.

"선배! 밥 먹으러 안 가요?"

그는 라면만 먹는데, 히토미는 그래서 오늘 점심으로 라면을 먹겠다는 것인가. 나는 궁금해한다. 오늘 그들의 점심 메뉴를..

"갔다 와!"

그의 고심은 깊다. 그럴수록 몸은 지치고 병들뿐이다.

"그냥 와요!"

그는 다시 밖으로 나와 담배 한 대를 태운다. 그의 옷에서는 늘 담배 냄새가 나지만, 그런 그의 곁에 히토미는 왜 계속 머무는 것일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의 관계를, 그리고 그 흔한 구도가 주는 식상함을.

하코다테의 흰 겨울은 그 색이 변할 줄 모르지만 경찰서 안을 가득 채운 분위기는 어둡기만 하다. 그곳에서도 그는 가장 어둡고 깊은 곳에 있다. 아니, 그는 늘 구석 자리에 앉는다. 모든 멤버들과 거리를 둔 채, 그리고 저 멀리 떨어진 자리에. 경찰서 앞에 자란 커다란 주목이 서 있는 자리가 그의 지정 흡연구역이다. 누구도 그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는데도 말이다.

히사시는 창문 밖을 본다. 히토미가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을 뿐이다. 그런 조미료 많이 들어간 라면은 그만 먹으라는 말도.

"닭 육수 계열의 라면이 진짜라구요. 그런 것도 상관 안 하죠?"

그러나 그는 꽤 고지식하며, 그것들을 드러내지 않을 뿐 그에게도 명확한 기준 같은 것은 있었다. 라면은 빨리 먹어야 하는 것 같은 말이다.

"운전이나 신경 써!"

그에게는 운전면허가 있지만 그는 늘 조수석에 앉고는 했다. 창문 밖을 보기 위해 말이다. 그래도 그 자리에서 잠들지는 않는다. 그건 분명 운전자에 대한 최고의 배려일지 모른다.

"감동적이군요. 사고라도 낼까 봐요?"

그리고 그의 피에는 늘 알코올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했다. 그는 무면허가 아니었다.

"그래도 좋군요. 이런 풍경들을 보며 달리니. 얼마나 그리웠다구요.."

히사시는 고개를 더욱 옆으로 꺾어 창문 밖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뒀다. 다시 공장이 보였고, 그리고 연기는 멈출 줄 모르고 피어오르고 있었다.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세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던 날 현장 근처에 있었다는 사람이 나타난 것이었다.



https://youtu.be/YLGaS7QbJ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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