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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19. 2023

우리는 네이비 씰을 환영하지 않는다



네이비 씰은 미 해군 특수부대를 일컫는다. 아메리카 해안가에 서식하는 그 푸른 물개들은 부산 용호동의 앞바다에도 출현한다. 어느 날 그 동네 언덕에서 큰 배를 보았다. 바다 위로 구름이 떠 있었고 배는 고요히도 정박해있었다. 그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창문을 가지려 했다. 나는 그곳에 카페를 차릴 꿈을 꾼다.


"미국의 군대가 세계에 평화를 가져왔나요? 저는 잘 모르겠군요. 국방비다 뭐다 되려 경쟁만 더 키우지 않았던가요? 어떻게 생각하시죠?"


첫 손님이었다. 문 앞에서 몇 번을 기웃거리더니 한 커플이 들어왔다.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는 달아나고팠다. 메뉴판을 쥔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두 다리는 굳었다. 그들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지 모른다. 곧 이마에 땀까지 맺힌 채로 그것을 한 방울 탁자 위로 떨어뜨릴 것만 같은. 나는 진짜 장사를 할 마음이 없었는데, 간판을 달고 문을 열어놓으니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기 위해 헬리곱터를 타고 아보타바드의 한 가옥으로 침투했죠."

"넵튠 스피어 작전을 말하는군요. 환상을 버려야 해요. 그들도 실패를 경험해요.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 있던가요? 그런 잔인한 작전을 영웅담처럼 포장하는 그 미국이라는 국가란.."


두 번째 손님이었다. 홀로 창문 밖을 보고 앉아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여자였다. 설탕이나 시럽도 타지 않아 나는 그것을 허영심이라 여겼다. 그 물질이야말로 당신에 큰 기쁨을 안길 텐데 그것을 포기한단 말인가. 미련한 사람들.. 나는 사람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저 조용히 홀로 창문 밖을 보려 했던 일이 쓸데없이 크게 번져버렸다. 커피 만드는 법을 배워야 했고 인테리어 공부도 해야 했다.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공기가 오고 갈 구조를 그려야만 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있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그렇게 난..


"당신은 테러리즘을 지지하나요? 당신이야말로 잔인한 인간이군요."

"뭐라구요?!"

"논쟁을 위해 과격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나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 절대로요. 저는 그런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요."


손님들이 오고 갔다. 하루 그 얼굴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할 만큼. 점점 손이 모자라기 시작했고, 내 옆에는 새로운 손 하나가 컵을 씻고 탁자를 닦으며, 우리 물기 묻은 손은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그 사이 나는, 우리는 그들 몸짓 하나하나를 놓친다. 그들이 무엇을 마시고 갔는지도 잊을 만큼..


"평화는 무력이 아니면 유지되지 않아요. 명심하세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구요. 더 센 남자가 있어야 더 나쁜 남자들이 나타나지 않는 거라구요. 제 말 이해하겠어요?"


일손은 늘어났다. 손님이 놀랄만큼 늘었으니. 감당하지도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남자가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들어오더니, 그 냄새는 민들레 홀씨처럼 날려와 온 가게 안으로 퍼졌다. 폭탄이 폭발하듯, 그 순간 자신의 뼈만 남긴 채 모든 것을 잃듯. 그날의 자유인이었다. 나가라. 경찰에 신고할 테니..


"깊은 착각에 빠져계시는군요. 이 세계에 법은 없어요. 그들이 곧 법이죠. 그들이 모든 기준을 만들고 선과 악을 구분 짓죠. 누가 나쁜 얼굴인지, 또 누가 용기 있는 모습인지."



문을 닫는다. 오늘 하루도 그랬다. No Welcome SEALs, 용호동의 핫플. 그 배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우리는 왜 그 배를 바라보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었다. 내게는 꿈이 있었다. 닫힌 문으로도 감출 수 없는 내가 그린 그림이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푸른 물개들을 보았고, 그들은 곧 떠날 것을 알지만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달콤한 초콜릿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주고 가기를. 손에 쥐기를. 그것을, 우리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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