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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Dec 08. 2023

적응하는 삶


적응만 하다 지나가는 시간들. 

어쩌다 그리 흘러온 것 같다. 내 인생이 어느덧 40년을 넘게 흘렀으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뒤 아르바이트를 했고 첫 월급이라는 것도 받아봤다. 부산대앞 술집에서 몇 주 일하고 10만원돈 쥐었던가. 그리고 롯데백화점 주차 알바 일을 하며 월급도 받았다. 언제나 적응은 힘들었던 것 같다. 가게 주인이나 먼저 일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지만 그때는 뭣도 모른 채 소모만 했던 듯하다. 서른 즈음이 되어 프랑스에서 한식당, 마트 일을 할 때는 다른 것을 느꼈다. 그 나라 사람들이 들이닥치는 업장에서 한국 사람들과 부딪히며 일하다보니 다른 감정이 느껴진 듯했다. 이 먼 땅에서도 이들과 이런 싸움을 해야 하나. 무조건 일을 잘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었고, 일을 참 못한 나였는데 또 위기 상황에서는 힘을 발휘하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는 것. 비빔밥과 불고기를 먹기 위해 무수한 프랑스인들이 들이닥친 그날 저녁, 그러나 아무도 나를 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는 거.

모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길로 나오고 나올 생각이 없을 때는 알아서 나가게 해줬다. 그때부터는 홀가분했던 듯하다. 내가 못나서가 아니라 내가 이곳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때는 이것도 적응못하면 어쩌나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무슨 일을 해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나는 패배하고 돌아서는 것이다. 지는 게 뭐 부끄러운 일인가. 나는 그저 이기지 못했을 뿐.

지금 나이가 되니 포기할 수가 없게 됐다. 이기고 지는 일에 관해서 무릎 꿇지 않으려 한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가족이 있거나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며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심리적인 압박을 느낀다. 몸은 더 늙으며 그렇게 가을이 오듯 쓸쓸함을 느끼는 것일까. 겨울이 오면 부들부들 몸이 떨리며 추위를 느낄 테다. 나는 시베리아로 유배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제주로 유배될 것 같다. 그러려면 돈이 있어야 되는데.

사람들은 가끔 내게 복권을 긁는다 말하기도 한다. 글을 쓰고 책을 내서 큰돈을 벌지도 모르니 말이다. 내 생각에 그건 로또 당첨 확률에 가까운 것이다.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함으로써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진다. 당첨 실패해도 전혀 아까울 것 없는. 이 일에는 적응이 필요 없다.

수도 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에 느끼지 못했던 주목을 받기도 하는 등 환경은 변하지만 그 성취감은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일이 그럴지 모른다. 내가 어떤 일을 해냈을 때 느끼는 쾌감이란 변하는 것이 없다. 방심과 실수로 인해 실패 또는 좌절을 겪더라도 아무 가치 없지는 않다. 나는 모든 기업 회사에서 이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믿는다. 계속 지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캥거루족 니트족이 갈수록 늘며 청년 취업의 문제는 늘 심각하다. 경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알력 다툼은 더욱 치열하기에 늘 홀로인 사람들은 적응이 쉽지 않다. 살아남는 문제가 정말로 심각하게 다가온다. 지는 걸 두려워말라. 실수에 대한 관용을 요구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스스로를 의심하지는 말라.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할 때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인정했다. 물론 착각은 인정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오해말기를. 나는 버버리를 입을 수 있고 프라다를 들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뭐 착각은 사치를 부르기도 하지만.

적응만하다 가기에 이 삶은 사실 너무도 자유롭기에. 그러나 추락은 자유가 아니라는 것. 당신에게 낙하산이 필요하다면 나는 그것을.


https://youtu.be/Zpkz6vitDzU?si=KmO2q2NkyHQJLk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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