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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04. 2024

Cicero

https://youtu.be/hI8A14Qcv68?si=-Eng4jMBETrNQxeY


라파엘은 그 길로 시서로 집으로 갔다.

그가 살던 세계에서 울리던 음악 소리는 모두 꺼졌고 남은 것은 핑 돌고 멈춘 권총 한 자루의 여운이었다. 자신의 손이 떨린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해 거리는 정적으로 가득하다. 그의 걸음은 빨랐다.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부터 멀어지려 그토록 달아난 것이었단 말인가. 다시 돌아온 곳은 집이다. 초라하지 않아~ 춥지 않고 그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지도 않아~ 그 작은 공간 안에서 모든 것이 멈춘다. 

어젯밤 먹다 남겨둔 피자는 다른 누구도 손 댈리 없어 말라붙어감에도 주인은 다시 찾지 않는다. 그 얇고 두꺼운 밀가루 덩어리는 주인을 잃은지 오래였으며. 고작 하룻밤이 지났을 뿐이다. 어젯밤 그는 무엇에 홀린 듯 집을 나선다.  

"슈가쉑으로 와!"

전화가 와 그는 자신의 귀가 어떤 남자의 목소리를 듣게 한다. 조니였다. 조니는 늘 그를 부른다. 주머니에 몇 센트의 동전만을 짤랑거리며 그 주위를 얼쩡거린다. 오래되 굳은 얼굴들이 박혔다. 또는 조각되어 자신을 떠올리라 한다. 그러나 인간은 돈 앞에서 모든 것을 잊는다.

사랑 앞에서 모든 것을 잃다, 사람들은 훗날 라파엘의 인생을 그런 식으로 표현할지 모른다. 자신의 분노 뒤에 손을 밀자 모든 일은 기관차처럼 폭주하고 말았다. 

"저 새끼가 안젤라를 만나는 걸 봤어. 따라가보자."

녀석들은 데님 셔츠를 입은 백인 남자를 주시했다. 고까운 눈으로 그는 홀로 앉은 한 남자를 본다. 

"조니! 난 더 이상 걔 생각하지 않아. 무슨 상관이야? 더이상 나랑은 아무 관계 아니라구!"

조니는 마치 그가 자신을 보라는 듯, 그러자 그 녀석이 그들 모습에 시선을 둔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녀석들, 아이스크림이란 기쁜 차가움이다. 그러나 쓸데 없이 더운 공기는 그것을 녹이고야 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가방을 챙겨든다. 저 뉴에라 모자를 쓴 녀석이 거슬리지만 참고 떠난다. 자신이 살아 끝까지 알지 못할 병, 바이러스. 총알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고 난 뒤 그건 그 구멍 안에서 퍼지고 말 것이다.

라파엘은 그것을 들 마음이 없었다. 그는 그 네거리를 좋아했을 뿐이다. 그곳을 차들이 지나다닌다. 도시는 어디로든 통해 어떤 병이든 옮겨 다닐 권리를 가졌다.


대학에서 시를 써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는다. 교수들에게 인정받는다. 그 시간 그는 거리에서 Nas의 랩에 심취했다. 그는 뉴욕 정신 상태를 알지 못했음에도 마치 느낄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공감할 듯했다. 뼈마저 지나쳐 더 깊숙한 곳 어딘가로 오는 듯하다. 우리가 시작된 곳은 어디이며 다시 어느 끝으로 향하나. 또다시 그곳으로. 사람들은 모두 고향을 잊지 못해 그 가뭄 많은 땅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낙서는 정신병의 자연스러운 표출이라 볼 수 있지만 예술이 되기도 하지. 라파엘, 나는 그게 너무 웃기단다. 우리가 정신을 가졌고 그속으로도 병이 침투한다는 사실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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