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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01. 2024

그 즈음 어느 날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사람들 중에는 분명 훌륭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가 능력이 진짜 중요한 것이라면 그런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세계에서도 사람들은 스타를 원했다. 드라마틱한 등장 혹은 흥행성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이 보편적인 일인 듯했다. 정치 경력이 없던 한동훈 같은 사람이 다음 대통령 후보로도 이야기된다. 그 보편성은 절대로 이상하지 않다. 능력만 가지고 하기에 정치인은 상징성이 무척 큰 역할이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정권을 잡던 시대를 지나 변호사 출신들이 대통령이 되었고 이제 검사 출신들이 득세한다. 아직 의사는 아닌 것 같다. 이 시대가 원하는 인물은 여전히 법을 잘 아는 자일까. 내 닿은 곳이 로마라면 나는 그들 법을 따라야 했다. 그러나 나는 왜 법을 잘 알아야 영웅이 되는 시대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영화감독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를 보고 싶어 나는 그런 꿈을 꾸는가. 단지 나는 정치에 대한 무책임이 한 인물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봤다. 나는 그런 책임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한 듯했다. 모두 한 발 물러서 자신의 일이 아닌 듯 잘잘못만 따지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이기나 너희가 이기나 해보자 꼭 그런 소리를 듣는 듯했다. 이기기 위해 싸우지 절대 지고 싶어 덤비지 않듯, 그래서 나는 그 세계로 뛰어드는 쪽을 택했다. 차라리, 절대로 스스로 선택한 적 없는. 그건 결국 주위 사람들의 선택이었다 봐도 틀린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못해 주위 사람들에 영향을 받고는 한다. 좋은 소리 나쁜 소리 들어가며 이리저리 휘둘렸고, 그럼에도 그건 그들의 작심에서부터 비롯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무의식이 그들을 움직였다 나는 보았다. 가장 공포스럽고 두려운 것, 그건 절대 내가 한 일이 아니었던 것. 나는 그걸 자신의 의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을 뿐. 초라한 인간 하나는 절대로 그들 무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그러니 적어도 생각만큼은 자유롭기를. 당신이 선택한 그리고 지지하는 정치인은 어떤 인물 누구인가. 선택지는 많지 않고 이름 있는 사람들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어느 날 그게 너무 미련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모든 지지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내가 정치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새로운 당을 만들겠다 선언하는 것을 봤다. 그 순간에는 영화 '친구'의 대사 한 줄을 읊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얼마나 잘나가는지 두고 볼 거다 말하고 싶었다. 나는 같은 팀으로 싸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나가버리다니. 하지만 이해도 되는 건 이 조직에 내 편이 없다 생각이 들면 그건 팀이 아니었으니. 그는 결국 한동수, 아 아니 한동훈과 대결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나는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동훈과 경쟁하기 위해 그가 새로운 입지를 찾은 것은 아닌가 하고. 

그렇게 보면 이준석은 무척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라 할 수 있었다. 검사도 변호사도 아니었고 그저 하버드대를 나온 머리 좋은 사람일 뿐이었으니. 그런 사람도 용기 있게 정치하는데 왜 사람들은 하지 않는가. 투표해야 하는 시대를 지나 이제 내가 결단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이 국가의 운명은 내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즈음 어느 날에는.

정치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무엇일까. 그건 다름 아닌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나 하나 책임지기도 벅찬데 정치를 어떻게 하나. 그렇기에 더 큰 목적의식이 필요했고, 어느 날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음을.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그들은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내가 내는 소리는 결코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하지만 나는 그들을 만족시켜야 할 의무가 없고 그들을 위해 일해야 할 책임 또한 가지지 않았다. 그들과는 그저 인간적인 감정들 뿐이지 않을까. 정치는 너무도 잔인하고 이 세계는 차갑기만 하기에. 그때가 오면 사람들은 또 어떤 선택을 할까. 어차피 바뀌지 않을, 누구도 변하지 않아 지금과 같을 세상에서 누군가는 변화를 외쳐댔다. 



https://youtu.be/YQCarPQZgBU?si=xkf_oWEouePyrZ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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