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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22. 2024

'Captain Bacardi'

https://youtu.be/ihJUdoJUEKA?si=9aNpmfgBzfo9SBIc


늦은 아침 늦은 잠에서 깨어 거리를 걸으면, 낯선 자에게서 느껴지는 시선이라면 내겐 본능적인 경계심이 있어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피했겠지만 그 길이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알지 못했다. 나는 여행자의 신분이었다. 더는 일도 하지 않고 마치 상념에도 빠지지 않을 듯 들뜬 듯했다. 큰 구름이 지나가 한동안 내 있던 곳을 덮는다. 그때 그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지 나만 있는 걸까. 

커피를 마실까, 주머니에 동전이 없어 나는 그 가게 앞에서 망설였다. 그 큰 돈을 아직 건드리지 못했으니 내겐 그 조그마한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곧 그럴 테지만. 

"안녕!"

아침 인사를 해야할지, 그렇다고 처음 보는 남자에게 편한 인사를 해야 할지 몰랐다. 

"안녕하세요!"

짧은 단어로 인사해 그가 경계하지 않을까 남자의 눈치를 살폈다. 어딘지 불편한 미소였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이었으니 낯선 자에 대한 환영임에 틀림없으리라. 그 남자는 마지막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표정이었다. 나는 분명 그가 처음 보는 남자였으니.

정 수사관은 내게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 충고했다. 당신에게 가장 익숙한 사람이 당신이 가장 의심할 만한 사람이라며,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입꼬리는 슬며시 올라갔지만 차마 웃을 수 없었다. 

"포르투갈어를 좀 아세요?"

나는 그 언어를 전혀 알지 못했다. 간단한 인사조차, 그 언어가 가장 이웃한 나라의 언어와 매우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안 정도였다. 나는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알았다. 그 이름들이 여러 형태로 불린다는 것도.

"친해지지 말라면서요."

"커피는 마실 수 있죠. 장도 보고, 빵도 사고요."

단골일 수는 있어도, 나는 더는 내 곁에 단짝을 둘 수 없었다. 어떤 가게는 자주 들린다. 아자모르 길에 있는 마트는 매일 같이 들러 햄과 주스를 사는 곳이다. 그는 왜 내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말해준 것일까. 조언은 충고를 지나쳐 명령이 되고는 했는데. 그는 자신의 일이 모두 끝난 듯 조금은 안도한 듯했다. 이제는 그를 보려야 볼 수 없다. 그 가옥에서 몇 주를 지내며 아마도 정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지금도 나를 주시하고 있을까. 어느 곳에선가, 달리 할 일이 없을 때는 내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나. 나는 의심을 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잊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공항으로 가면 우리 쪽 사람이 나와 있을 겁니다."

나는 어느 편에도 서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일은 내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나는 어느 편에도 서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 아닌가. 처음 영화를 찍을 때는 그랬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창조하고 꾸밀 수 있다며 기뻐했다. 그때의 웃음을 잃은 듯, 나는 이제 원래의 그 의미 없던 웃음만을 짓는다. 

이곳의 태양을 맞으니 더는 쓸쓸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이 걸음이 왜 초라한 것인지 그들도 알지 못한다. 이 거리의 사람들도, 카페테라스에 앉은 저 남자와 여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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