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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Jan 25. 2024

불 끄는 남자


많은 불과 많은 희생, 그러면서도 난 과연 소방관이 될 수 있을까 되묻고는 한다. 나는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지난해 부산에서 일어난 목욕탕 폭발 사고로 인해 소방관들이 크게 상처를 입었다. 소방관들이 화마와 다투다 순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러나 나는 요즘 냉동창고에 들어가 작업을 하며 불과 같은 뜨거운 무언가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 일은 그런 경우와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것이다. 왜 이렇게 냉동 상품을 많이 주문할까. 며칠 전에는 자신이 사전예약을 했다는 것을 마치 자랑처럼 이야기하는 한 사람을 보며 꼭 치가 떨릴 것만 같았다. 물가가 올라 그런 것일까, 아니면 앞서 가는 인간의 표상처럼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그런 비관적인 생각도 한다. 곧 동태가 될 것 같은 몸의 끝과, 그 차가워진 손을 갖다 대면 그 사악한 불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일까. 

큰 기업은 뜻대로 덩치가 크며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고용한다. 꼬셔서 부린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을지 모른다. 그곳으로 끌려온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명절이 되면 선물도 주고 여러 혜택을 받는다. 정규직에 비하면 초라할지라도 이런저런 서프라이즈가 존재한다. 놀랄 만한 감동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기대한 게 아니었다. 단지 나는 그런 곳이 믿을 만하고 안전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난 인터넷 공고를 보고 지원했으므로 이 시대의 흐름을 그대로 따랐던 것이다. 나는 앞서나가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불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어야 한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냉동 상품을 주문하는 것일까, 그건 틀린 질문인 것일까. 나는 왜 그곳에 제 발로 걸어들어간 것이지 그 물음이 맞는 것일까. 틀린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희망이 없다. 이번 년도부터 최저시급이 올라 조금 더 많은 월급이 기대된다. 그러면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절약하려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망할 수도 있으니까. 일류이기를 포기하느냐 그 많은 사람들을 포기해 스스로 접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그들에게 길은 단 하나 뿐이었던 것일까. 더 큰 리스크를 안은 채 더 높은 지점으로 향하는 것이 그들 운명이라면 그들은 서글픈 존재다. 그런 식으로라도 물건을 팔지 않으면 직원들에 제때 돈을 주지 못할 수도 있으니. 퇴직금도 주지 못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으니까. 사람들은 그런 존재에 신뢰를 주고 이용한다. 수 틀리면 바로 등 돌릴 수도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불 끄는 사람들은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하며 각종 수당을 받는다. 그런 걸로 이야기 들었는데 나는 받지 못해 억울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이야기가 아닐테니.

회사에서 춥지 말라고 방한복도 주고 자체 개발한 동파 방지 깔창을 깔면 발도 시리지 않다. 엄한 추위가 일상인 그곳에서 바삐 움직이다 보면 땀도 나 어느샌가 손 시림도 사라지고 없을 때가 있다. 그러나 사방이 막혀 있는 곳에 있다 보면 무의식은 공포를 느끼는 듯했다. 오이먀콘의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추위 속에 살아간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하늘이 있고 자연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는.

소방관이 불을 끄다 죽거나 다치면 그 아픔은 누가 다 갚아주나. 순직이라는 단어로 그 희생을 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겪는 고통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쉬는 날 뭘 먹을까, 무엇을 살까 생각을 하며 위로를 얻을 뿐이다. 나는 글을 써 돈을 벌어 이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까 묻곤 했지만 그 길은 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들어선 길 위에서 또 다른 시련을 겪을 때 다시 어디로 떠나야 할지를 모르는 신세만 같다. 늘 그곳에 있지 못해 그곳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어느 날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 그렇게 말한다. 중국으로 가지 않겠냐고. 그곳에서 더 큰 꿈을 이뤄볼 생각이 없냐면서. 그때 그곳으로 갔어야 되는 건데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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