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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b Feb 13. 2024

미우

https://youtu.be/29uruM5-VYo?si=srJoYlDpyqcdvjGQ


미우를 개조시킬 계획을 세운 건, 그건 정확히 11년 전의 일이었다. 청소 또는 보수의 개념은 아니었음을. 나는 모조리 몽땅 다 바꾸어 놓을 생각뿐이었다. 그 모습은 남겨둔 채로. 또렷하지만 어딘지 흐려 보이는 눈동자와 긴 머리카락과, 잘 빠진 다리와 예쁜 복숭아뼈는 그대로 남겨둔 채로. 손가락과 발가락도. 그저 그 머릿속에 내가 살며 배운 것들을 모두 입력시킬 작정이었다는 걸. 잔인해지기로 마음먹었고 그럴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어떤 틈 사이로부터 바퀴벌레가 기어 나오기라도 하면 도망치기 바빴건만 언젠가부터는 발로 밟기 시작했으니. 어차피 아픈 건 내 발바닥이 아니지 않는가.

그토록 끔찍해지기로 나는 작정했다. 집 앞에는 낮은 언덕 하나가 있다. 그것을 넘으면, 아니 그 꼭대기에 올라서면 저 멀리 큰 호수가 보인다. 편안한 것은 실은 두 눈이 아니라 이제 두 다리였던 것이다. 그 어린 몸으로 그런 성취를 했던 것을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부터 난 내가 모든 인간들이 서로를 끝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짐작했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는 거울 속 그 얼굴 두 눈동자가 나를 본다는 것을 알뿐이었으니.

그 여자의 국적은 알 수 없었다. 그가 어느 국경을 넘어 온 것인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그가 먼저 내게로 다가온 것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 운명이란 그런 것이라 다 큰 남자들이 말했다.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 피부를 만져 느껴 알 수 있었다. 옆에 머물러 숨소리를 들으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린 숨 쉰다. 단지 이 공기가 우리를 위해 떠도는 것인지 아님 그저 누가 창조해 내 그들의 자식이 이곳에 머무는 것인지를 알지 못했을 뿐이다. 아무나 다 하는 그런 쓸데없는 상상을 현실적으로 발전시킨 건 나다. 그러니 그건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짓거리라는걸. 

미우, 그는 말하지 못한다. 언어를 알지 못했고 나는 그것들을 그 머릿속에 입력시킨다. 그가 나를 보는 눈동자 움직임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감동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움직이는 것조차 변한다는 것을 알아차려 위대한 창작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러나 그 생각이 크며 자라나기 시작해 나는 점점 큰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미우를 진정 사랑하기 시작하며 나는 죽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야 만다.


실제 미우치아는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 평범한 중산층 소녀로서,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 대체로 평범하다 못해 지루한 학창생활을 보냈다. 그녀는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 정면으로 도전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적응하는 방법을 찾아갔다. 몇몇 예로, 어릴 적 집에서 지켜야 했던 많은 규칙 중의 하나인 낮잠 시간에 미우미우(Miumiu)라는 가상 친구와 놀이를 했다거나, 부모님의 눈을 살짝 피해 밖에서 치마 밑단을 올려 미니스커트를 만들어 착용했던 발랄함을 들 수 있다. 그녀는 정치학도 출신으로서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지적 여성이었음에 틀림없으나, 동시에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공상가이자 잠재적 예술가였다. 그녀의 이러한 일면은 오랜 팬터마임(pantomime: 무언극) 활동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미우치아 프라다 [Miuccia Prada] - 절제와 지성의 미니멀리즘으로 무장한 나쁜 취향의 주창자 (패션 디자이너, 이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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