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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윤범 Aug 26. 2024

루나르의 죽음


"그 영혼들을 이 땅으로 부르기 위해서였죠."


그 여자의 눈을 본 사람은 없었고, 루나르의 일기에도 그에 대한 묘사는 없었다. 일방적 사랑의 표현뿐인 서사 그 자체였다. 그들 모두 스토커가 된 듯, 쫓고 쫓다 스스로 길을 잃고 늪에 빠져 죽은 자들처럼.

욘은 확신했다. 그들은 모두 귀신을 만난 것이었다고.

칼파펠의 한 식당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본 사람은 그 식당 종업원이었다. 그가 그날 마지막 손님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록크피스퀴르요. 늘 그 말만 했어요." 

루나르는 그 식당을 찾곤 했다. 늘 혼자서 왔다. 그 모든 기억들을 기록하는 미엘이었다.

그 여자는 코를 뚫고 거기에 쇠를 박아넣었다.

"그런데, 꼭 마주편에 누가 앉은 듯 혼자 웃곤 했어요. 전 그게 완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요."

여자의 말에 흠칫 눈썹이 치켜 올려졌지만 더 생각하지 않았다. 

"그 날이 금요일이었나요?"

그리고 묻는다.

"늘 금요일이었죠."

더 이상은 기억이 아닌 기록이었던 것. 8시가 되면 문을 닫듯, 다음날 8시가 되면 다시 문을 닫을 것을 알듯, 그래서 먼저 움직이게 되는 원리처럼.

그 식당은 월요일 다시 문을 열 것이다.

미엘의 차는 한숨으로 가득 찼다. 담배 연기였는지도. 그 속을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건 그 모습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었다. 날이 저물기 시작해 불을 켜 앞을 비춘다. 미엘은 더 먼 곳을 보지 못한 채 달린다. 어둠은 늘 빛을 부른다.

욘은 언제나 선생님에게 손 들어 질문하곤 했다. 미엘은 선생님이 아니었음에도. 욘은 성가시고 자신을 더 괴롭게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가 올 때마다, 그 특유의 것들이 와 닿을 때마다, 꼭 달걀 껍질을 만질 때처럼 피부 경련 증상 같은 것이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루나르의 죽음, 한 인간이 죽어 묻힐 것을 그저 신비로운 현상처럼 여기는 놈. 

"자넨 종교를 믿나?"

그래봤자 하는 대답이라고는. 아니, 차라리 먼저 묻지 말았어야 했다.

그 말 끝에 결국 하게 되는 말은.

"차라리 종교를 믿지 그래? 그게 덜 피곤하잖아. 신이라도 믿는 척 하라구!"

인간의 공통점이라면 모두 그 죄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갈래의 갈림길에서 갈등할 뿐,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그들 삶은 결정되고 말 것이다. 욘은 그 죄에 대해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 사는 것일까.  

루나르도, 그 남자들도 존재하지 않는 존재와 사랑에 빠진 것이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그러나 죽어 떠도는 영혼들만이 남은 땅처럼 그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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