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윤범 Sep 21. 2024

'Gemini Man'



'총을 든 유령'. 헨리, 그는 그를 볼 때 유령 같았다고. 그러자 대니가 그렇게 말하는데.

DNA 99.999% 일치, 이 영화의 포스터에 적힌 한 줄의 문장이다. 그는 나를 왜 추격하는가?

자신과 똑 닮은 한 어린 요원이 자신을 쫓는다. 자신들 비밀을 지키기 위해 헨리를 쫓는 무리가 있다. 기밀을 다루는 한 집단 안에 또 다른 특급 기밀이 있고 또 새로운 집단이 형성된다. 그곳에서 키워진 그 요원은 헨리에 대한 첫인상을 그렇게 표현하는데.

"늙다리군요."

윌 스미스 머리에 흰 털이 나 있는 걸 보며, 그의 아들이 디자인한 뉴발란스 한정판 신발을 신고 다니는 나로서는 참 희한한 일이다 싶기도 한데.

딱히 그의 팬은 아니었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그 배우를 봐왔으니. 그럼에도 느낀 건, 그래도 저렇게 멋지게 늙을 수 있구나 꿈을 꿀 수 있게 한다는 점. 저 어린놈 새끼가.

그 어린 요원이 그를 쫓을 때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였을까. 그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시작부터 그랬다. 감독 이름을 알고 보면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듯 하지만 그 경력을 생각하면 이젠 저런 영화를 찍을 때도 됐지 싶다. '와호장룡', 그 영화에 대해 설명할 때도 그랬다. 그렇지만 단순 액션이 아닐 수도 있는 장면들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 역시 감정이니까.

아주 심각한 분위기 속에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를 통해 얻는 교훈, 메시지. 그래서 달라지는 게 뭘까 생각도 하는데. 

그냥 위안 얻는 것이 아니었나. 이게 내 일이라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힘을 통해 내가 더 솔직해질 수 있다면. 도망가려 하지 않고 숨으려 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용기 있어 도망간다. 그런데 마냥 쫓기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진실도 쫓는다. 내가 도대체 누굴 죽인거지? 하며. 

영화가 약간 '본 아이덴티티' 느낌이 나는데 비슷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더 유머스럽고 더 화사한 영상들로 채워진 그런 다른 점들이 있지만. 감독도 다르고 출연하는 배우들도 다르니.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그려진 건 분명 '본 얼티메이텀'을 떠올리게 했다. 모로코 탕헤르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곳 역시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여행도 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 난 제이슨 본을 가이드로 둔 채 얼마나 많은 유럽 도시들을 여행했던가. 이 영화는 리에주의 기차역으로부터 출발한다. 축구선수 마루앙 펠라이니가 프로 데뷔를 하기도 했던 곳 벨기에의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간다. 지난 몇 년간 여행지로 각광받은 도시. 이 여정은 베네딕트 웡, 배런이 조종하는 비행기로부터 시작된다. 베네딕트 웡은 한국 배우 마동석을 닮은 배우로도 잘 알려졌다. 그가 이 역할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그런 설렘도 가지게 했던. 

배런이 TV로 축구 경기를 보는 장면은 그가 마냥 웃긴 역할로만 분한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꼭 축구와 같았다. 영화의 제목은 제미니맨. 여기서 제미니, jemini는 쌍둥이자리, 쌍둥이자리 태생인 사람 등의 뜻을 가진다. 축구처럼, 싸워 이기기 위해 결국 똑같은 방식으로 싸우는 그들 모습이 어떤 순간에는 우스워 보일 수도 있는데.

몇 년 전 봤던 영화, 이 영화 저 영화 찾다 다시 보게 된. 다시 보니 이젠 명대사들이 남는다. 그땐 그저 좋은 장면들이네 하던 순간들 속에.

"그는 내 모든 움직임을 예측했어요."

이제 영화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다. 어린 윌 스미스의 얼굴이 제대로 비춰지기 시작할 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저걸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윌 스미스가 저거라는 건 아니고. 아무튼 테크놀로지의 힘이 이런 이야기조차 실현시킬 때. 그래도 모든 일은 막노동이라는 거. 그게 무슨 품위 있고 지적인 일은 아니라는. 

서로 죽고 죽이는 그런 야만적인 일이 불러온 게 그런 진화라면 어떤 사람도 그걸 마음대로 유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미니 맨, 2019/ 이안

작가의 이전글 'La M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