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유럽 땅에서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때,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다. 그 해를 잊을 수 없다. 그 땅에서 만난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가 인사했다. 몇 없었지만.
그 중 혼자 바스티유 할머니라 부르곤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바다를 건너는 건 위험한 일이라 말했다.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말이 됐다. 하늘 길을 통해 돌아갈 내게 할머니는 그리 말했다.
"내 말 이해 못했지?"
내 프랑스어는 길지 않아 가끔 짧은 대화만을 나누다 그 날은 아주 긴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이해했는데.
바스티유 어느 골목길 어떤 할머니가 하는 조그마한 그 커피집은 우연히 마주친 내 삶 가장 행복했던 카페다. 한국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난 것을 신문을 봐 알고 있다 말했다. 할머니는.
그 후 십 년이 지나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날 사촌 동생 결혼식 때문에 김해에 가다 비행기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봤다. 저 하늘은 아름답구나 믿었지만.
또 차에 올라 남쪽으로 향하며 창문 밖 새들을 보며 말한다. 멋지다고. 인간은 그런 희망을 품은 것이었을까. 날고 싶은 꿈을.
공항은 대부분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위치하며 그래서 그 주위에는 새들이 많다. 이번 일이 입지의 문제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런 나쁜 우연이 있을까.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용어가 있다는 것부터 그럴 가능성이 존재했을 것을 의미한다. 그런 나쁜 가능성이.
오래전 영국에서는 축구 경기장 압사 사고로 그라운드와 관중석 사이 높은 경계를 허무는 계기가 만들어졌는데. 그건 문화의 발전이었다. 이번 사고로 우리가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일까. 그렇지만 아무 의미 없다는 생각이다.
결코 아무 의미 없지는 않기를 사람들은 바랄 테지만. 난 잘 모르겠다. 이 삶에 그런 희망이 존재하는지.
비행기를 타 본 사람들은 모두 한 번씩 느끼지 않았을까. 두려움을. 그럼에도 그리 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러지 않으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는지도. 떠나지 않으면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에 그랬는지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내일은 새로운 꿈이 내게로. 새로운 웃음과 더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 세상이 감옥이라면 난 이제 무미한 웃음만을 짓는 죄수일 뿐이다.
https://youtu.be/rAVWUQA_C4Y?si=aGrE-bUk63xGzWC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