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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https://youtu.be/vNDlw-c2Hyw?si=S14U94TCcO8Kac1R


"혈액형이 뭐에요?"

그는 AB형의 남자였다.

"가족 관계는요? 어디에 거주하시죠?"

그 몸에 흐르는 피의 유형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하는 그런 질문들, 그런 건 식상한 질문들이죠. 그렇지만 그런 물음이야말로 새로운 답을 이끌어낼 수 있죠."

모두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범죄의 형태란 결국 그런 형상을 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것은, 그러니까 경직된 조직 문화 속에서도 자신들 창의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죠. 오늘 제가 여러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열두 번의 수업과 그곳에서의 마지막 강의였다. 낙엽들은 모두 청소부들 손에 쓸렸으며 차가운 공기들이 들이닥친다. 길을 걷는 사람들 등은 모두 움츠러들었다.

히토미는 그날을 떠올렸다. 모두 강단에서 선 그를 봤고 그 남자는 자신을 보는 같은 얼굴 표정을 한 교육생들을 봤다.

그 기억은 섬처럼 둥둥 떠 영영 가라 앉지 않는다. 또 그 기억으로 향한다.

"전근하려는 이유가 뭐지?"

그곳으로 다시 가려 했다.

"하코다테로 돌아가고 싶다고?"

저 멀리 한 남자가 보인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곳을 좋아하더군. 그런데 거기 사는 젊은이들은 없잖아?"

그의 등 뒷모습을 떠올리고는 했다. 긴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가는, 곧 기울다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듯했지만 다시 발걸음을 돌려 걷다 뒤돌아보면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곤 했던 모습을.

다시 그 눈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곤 했던 것이다.

"여긴 왜 왔지?"

"선배!"

히토미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 얼굴을 올려다본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힘을 잃은 채였다.

"범인 잡으려구요."

"여긴 자네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 같은데."

그는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있었고 곧 주머니를 뒤적인다. 주목 앞의 그들은, 4년 만에 다시 그려지는 그들 모습 앞에 키가 큰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있다.

"아직 술 못 끊으셨군요."

그 잎들 사이에 누가 숨은 건지. 죽은 몸이 일으켜세워져 다시 그 앙상한 가지들을 뻗었는지. 잎들 사이에 누구라도 있는 건지. 히토미는 그것들을 만져본다.

"이 나무도 많이 자란 것 같군요. 잎이 병든다구요. 담배라도 좀 끊으시죠?!"

히사시는 그 여자가 그리웠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리움처럼, 그렇지만 그는 히토미를 떠올려본 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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