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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아직 거기 살아요?"

둥근 언덕 끝자락에 있는 집 하나, 그 방 구석에는 데구르르 구른 술병이 놓인 듯하며, 술이 든 유리병처럼.

몸을 뉜다. 창가로 아침 햇빛이 슬며시 들자 일어나 눈을 뜬다.

"커피라도 한 잔 마시지?"

5분을 걸어 그 가게 안 창가 자리에 앉은 그들 모습은 꼭 지나가는 사람들의 구경거리처럼. 창 밖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나 둘 보는 구경꾼은 그들에게서 어떤 즐거움도 얻지 못하는데.

아버지의 눈을 닮은 그 남자에게는 모든 것이 그렇다. 처음 만나는 여자 목소리가 귀를 따갑게 해도, 하물며 총을 손에 쥔 자신이 과녁에 작은 구멍을 뚫을 때에도 그랬다. 그 귀는 세상 모든 소리에 고개 가로젓는 듯했다.

"와타나베 씨는 딸에 대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더군. 몇 번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지, 가장 가깝게 지낸 친구가 누구였는지도."

그럼에도 그 여자 앞에서는 목을 온전히 세워놓는 듯했다.

"무관심하게 죽은 거지. 그날 행적도, 증거가 될 만한 것도 없었어."

히토미의 손은 꼭 무료한 듯 커피를 휘젓는다. 작은 숟가락으로 각진 설탕을 부셔놓고 각오한다. 곧 들이킬 각오를.

"여기 온 이유가 뭔가?"

그 여자보다 조금 더 빨리 걸었고, 자신을 뒤쫓듯 오던 여자가 곧 나란히 붙을 때 그는 어김없이 방향을 튼다. 눈 쌓인 공원은 그곳에 흙이 있었는지 잔디가 심어져 자랐는지 모든 걸 감춰놓았다.

히사시는 저 부러질 듯 휜 나뭇가지를 본다.

"그땐 다 있었는데."

그 남자 오른쪽 귀에, 히토미는 조금 멀리서 속삭이듯 말하고는 했다.

"유토도 있었지. 혼자 본거리 깡패 잡으러 가서 포승줄까지 묶어서 온 놈 말이야. 설득했다더군."

그러자 히토미가 웃는다.

"자네 메구미 생각나?"

"기지가 남달랐잖아. 지금 오사카에 있다더군."

메구미 기억은 무엇 때문인지 그 얼굴을 굳게 만들지만. 그 추억은.

"옛날에는 다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 범인을 기다려야 하지. 누군가 죄를 짓기를 말이야."

바람에 살랑이던 오랜 벗들의 향수는 이제 모두 얼어붙어 냄새조차 풍기지 않을 것처럼. 어른거리지도 다가오지조차 않아 그들은 하염없이 기다린다. 검은 땅이 드러나기를. 겨울이 지나 눈이 멈추고 원래 제 모습을 보이기를.


11년 전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히사시는 이제 무엇도 예측할 수 없다 믿게 된다. 가슴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십자 모양의 막대처럼 무언가를 목에 매달았다. 그건 하나의 신앙일 것이다. 네 도막으로 잘린 팔 여기저기 벌레들이 모여 붙은 것을 목격했을 때 그는.

히사시는 본 적 있었다. 그런 모양의 사체, 죽은 몸을. 창문 열린 방 안 공기는 서늘했고 스산한 기운마저 맴돌았다. 그 팔 옷자락을 꽉 움켜쥔 채 몸을 떨듯 했던 히토미는 똑똑히 봐야 했다. 그때 그는 말했다. 눈을 감지 말라고.

귀를 열어 그 소리를 들으라고. 형광등 불빛에 모여 든 날개 달린 것들처럼, 윙윙대며 귀를 괴롭히는 그 작은 소란스러운 날개짓들을.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위치가 어디죠?"

마주 오던 한 대의 파제로 차가 그들을 스쳐 지났고 그 차들은 깊은 숲 도로를 질주하듯 달리고 있었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모르겠습니다. 여긴 숲인데, 여기가 어디라고 말해야 하는지"

하코다테 경찰서, 그들의 집, 그곳으로부터 10km 떨어진 그 지점은 그들의 고향도 태어나 운 엄마의 처음 끝자락조차 아니었다. 나무를 본 적 없고, 망각에 둘러 쌓인 허 그 실체는 자신의 집이 아니리라 믿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라면.

타오루가 말했다. 그 지점으로 다다르자 눈을 찡그린 채 나지막한 소리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누가 서 있는 것 같은데요."

누가 당신을 버렸는가, 길 잃은 새끼가 엉엉 울어대도 고개 돌린 채 떠난 어미의 뒷모습을 본 것 같아 그런가. 당신은 봤는가. 그 모습 부서지고 무너져내릴 듯한 등을.



https://youtu.be/1rJBnLRak1A?si=pbkuS22YUsCbdJ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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