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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he eyes of Hokkaido

by 문윤범


눈이 펑펑 내렸다. 하늘에서 땅으로, 신의 눈물로 만든 장난 뭉치들처럼 쏟아져내린다. 히사시는 차 창문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고 있었다.

하얗게 변해버린 것들, 인간이 그들 스스로 무고하다 외치도록 하늘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그럴 권리는 그들 손에 쥐어져있지 않다. 그래서 히사시는.

몇몇의 제복 입은 남자들이 모여 앉은 자리 앞으로 나와야 했고 그는 말할 기회를 얻는다.

"마지막 발언 기회 드리겠습니다."

히사시는 저 벽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드문드문 자리 잡은 그들 사이를 통과해 그 시선은 그토록 무의미한 구조물을 향해 있다.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들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드르륵 의자 밀리는 소리가 들리며 하나 둘 자리를 뜬다. 경찰의 옷, 그 명예 품위로 장식된 옷을 걸친 뒤 그가 받는 첫 번째 벌이었다.

밖으로 나온 그를 마주했을 때 이나바 아츠노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으나 입을 열고 말았다.

"밥 먹으러 갈까?"

아직 굳은 얼굴의 히사시는 말한다.

"그러죠."

앞뒤 막힌 저들을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라며, 이나바 씨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라고는 그것 뿐이었고.

"라면, 또 라면. 자네는 밥을 먹기는 하는 건가?"

매일 구수한 쌀이 밥으로 상에 오르는 복을 걷어차본 적 없는, 억지스럽게도 밀어 넣으며 잘 먹었다 말하는 입은 끝내 부정하지 않는다.

"상심하지 말게. 몇 달만 좀 몸을 사리면 될 테니까."

몸을 비틀어 앉은 채 그는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게, 난 여기서 그런 모양으로 된 사체를 본 적도 없단 말이야."

뜨거운 녹차 한 모금을 마신 뒤 그는.

"어린 놈이 분명해. 유카 그 여자도 어렸잖아. 세상 참..."

식탁 위로 내려 앉는 긴 한숨은 곧 생선 한 마리를 올린 돌판 그릇에 덮이고 그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히사시는 잠깐 동안 그 생선을 주시했다.

"데이트 살인 같은 거, 그쪽으로 한 번 집중해보게."

먼저 걸은 자의 길을 따르는 건 때로 후회뿐이었던 것을. 그 그을린 물고기 한 마리로부터 시선을 떼어냈을 때 그 속은 이미 기분 나쁜 물로 가득 찬 상태였다.

"히토미와는 몇 년 같이 했었다고?"

그 가늘고 긴 면이 처음 그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

"그렇습니다."

"그렇게 신망 받던 친구가 왜 다시 온 건지 모르겠지만, 자네가 잘 챙겨주게."

이나바 아츠노리는 그 여자를 잘 모른다. 그 걸음의 종착지를 알 수 없다. 누군가 궤도를 그려 놓았다면 달리는 것은 이윽고 멈췄다 다시 출발할 테다. 그 순간 히토미는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다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간다. 유카가 그랬듯, 그 걸음이 떠난 처음 지점으로 향하려 했다.

"식사 안 하세요?"

타오루가 말했다. 그가 그 주위에서 일치하지 않는 그림자처럼 서성대고 있었다.

"응, 먼저 드세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다. 그런 날이면, 바쁜 발 손이 여기저기 지문을 남기고 발자국을 남길 때면 늘 혼자여야 했다. 어릴 적부터 시끌벅적하게 자란 타오루에게는 그 시간이 괴로웠을지 모른다.

1초가 60번 반복되고 그 60번은 1분이 되고, 24시간이 지나도 죽은 그 여자는 아무 증거도 드러내놓지 않지만 그 물음은 답이 있는 곳을 향한다. 때로 높은 곳을 보던 그 시선이 어떤 음성도 전해 듣지 못해 다시 고개 떨굴 때 눈은 감겼지만.

다시 눈을 떠 째깍째깍 시계 도는 소리를 들을 때 방 안에는 자신만이 있다는 걸 알아 텅 비어 있는 것을 느끼고. 홀로 있는 방 공허함이야말로 그 목소리를 전해 들을 때였다.

"그래서 그 영상 보존기간이 언제까지란 말입니까?"

타오루는 어딘지 날선 목소리로 수화기 너머 남자에게 말했다. 곧 화를 낼 듯했다.

삐걱 문이 열리고 자신의 창가 자리로 향하는 히사시는. 힐끗 자신을 보는 시선을 느껴 히토미가 고개 돌렸을 때 서류 몇 장을 자신의 책상 위에 놓는 그였다. 뿌리친 것이나 다름 없다.

되돌아 걸어 문을 열고 도로 나가는 그 모습을 히토미는 보고 있었다.

"한동안 안 올 줄 알았네요."

긴 기둥에 등을 기대었다 차가움에 다시 몸을 떼어내고, 스스로 몸을 부둥켜 안은 히토미는 말했다. 찬 공기가 그들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다시 출근한지 며칠째지?"

"집은?"

그 남자의 취조 같은 질문에 익숙했던 그 여자는 그러나 그걸 추궁처럼 여기지 않았다. 집은? 그런 질문이라면 오히려 큰 숨이 한 번 목구멍을 타고 올라올 일이었으므로.

바다 보이지 않는 곳에, 그렇지만 저 멀리 파도 소리 들려오는 곳에 있으려 했다. 히토미는 시노리다테 성터 주변 작은 집 하나를 빌렸다. 그 방 안 시계는 주인이 없음에도 여전히 째깍째깍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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