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degrees

by 문윤범


여름은 점점 더 죽음의 계절이 되어간다. 늘 그랬다고. 난 더운 적 없는 여름을 경험해 본 적 없었어. 그런데 너무한 거 아냐? 7월의 끝은 아직 멀기만 한데 이 더위는 피부를 갉아먹는 벌레처럼 날 괴롭힌다. 복도를 걸을 땐 벽들이 내 온몸을 찌그러트리는 듯하고, 꼭 복사기에 몸이 빨려들어가 종이 몇 장으로 내 삶을 남길 듯한 결말마저 그려진다. 파리는 40도를 넘었다는데...

그곳에 살인 더위가 들이닥친 듯하다.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을 때 그래도 난 내 나라의 여름 같지는 않아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더운 건 마찬가지였음에도. 다른 건 햇빛이 날 쏘아 죽일 수도 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다른 나라 다른 여름, 다른 피부의 사람들 틈에 조금씩 난 그들처럼 사는 듯했지만.

처음 그 나라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떨리는 마음으로 겨우 입을 떼어내던 내 모습이. 와인 드시겠어요? 묻던 에어프랑스 승무원의 물음에도 아무 대답도 못하던 난, 일 년 넘게 프랑스어를 공부했는데 그때 난 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던 걸까. 공항 직원은 내 프랑스어를 칭찬했는데.

"공부하러 왔어요?"

잠깐 자신 있어지는 순간도.

"너무 덥죠?"

집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그 남자는 오렌지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내 모습을 보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땐 40도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뺨을 맞대는 인사를 할 땐 그들 피부가 무척이나 연약한 걸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태우겠다고 햇빛 아래에 있던 그들 모습이. 거북이들처럼, 이따금 바위 위로 올라 앉아 있던 그 모습들은.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은 과연 누구로부터 보호 받았는가?

늘 햇빛을 피해 다니던 내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늘이 많지 않던 게. 저 멀리 오르세 미술관을 보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던 내가 어리석어 보였는지 검은 안경을 쓰라 하더라고. 백인들은 이해 못 해, 안 타려는 자를.

차라리 추운 게 나은 건지. 겨울을 기다린다. 그럼에도 여름은 때때로 그리움처럼 밀려든다. 더운 바람이 지나 다시 땀을 흘릴 것만 같이.

4계절 내내 똥물처럼 흐르던 낭만적인 센 강. 밤이면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지. 불빛들이 강물 위로, 꼭 도시의 끝으로 향할 사람처럼 걷곤 했다. 그런데 여름에는 9시가 돼도 해가 안 지더라고.

술에 취해 걷던 그 낮과 같던 밤. 한 번쯤 프랑수아즈 사강의 글을 떠올릴 땐 영화 한 편을 찍고 싶었다. 슬픔이여 안녕~ 그것보다 더 멋진 제목 아니 한 문장 한마디는 그 말일지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우리 모두 더워죽는 날엔 어디서 잠들어야 하나. 난 버텨내 이겨내고 싶다. 차들이 달린다. 난 내 방 창문을 열어 아이들 웃음소리를 들을래.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니 나쁜 소식들이 들려온다. 모두 평화롭기를. 눈을 뜨면 다시 그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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