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고정돼있지 않아

by 문윤범

https://www.munhwa.com/article/11263995


별은 우리 눈에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짝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안다. 미쉐린 별 세 개짜리 식당도 문을 닫는다. 기드 미슐랭, 그건 프랑스의 타이어 제조 회사가 만든 식당 그리고 여행 가이드 책자였다. 타이어는 또 닳고 닳아 결국 새걸로 교체되고 말 것이다.

미쉐린 별 세 개를 받는다는 건 문학가로써 어떤 큰 상을 받는 것과 다름 없을까. 마치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일처럼. 그 권위는 나날이 높아지지만 아직은 위험성이 커 보인다. 글 쓰는 일은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지만 요리하는 일에는 늘 많은 지출이 따른다. 혼자서 그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훌륭한 재료들로 늘 최고의 음식들을 제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 업장은 재정적으로 언제나 튼튼해야 할 것이다. 식당 레스토랑은 우선 음식을 만들어 놓고 팔 공간이 있어야 한다.

미쉐린 음식점들의 사진을 보다 어느 순간 떠올린 건 공통적이라는 단어였다. 무언가 공통된 특징 같은 것이 있는 것이었다. 크고 넓은 접시에 꽃처럼 예쁜 무언가가 조그맣게 놓아 올려진 것. 그렇게 안 하면 미쉐린으로부터 별을 받을 수 없는 건가? 도대체 그 기준이 뭐지?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반문인 것처럼 미쉐린으로부터 별은 받는 기준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안다. 그런 의미에서 그 기준은 그냥 절대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음식도 예술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 있지만 한발 물러서게 된다. 결국 모두 같아지는 걸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게 예술인가. 내가 원하는 예술이란 매우 독창적인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모두 차단되는 느낌이었던 것이다. 예술에 대한 꿈이란 그저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난 그걸 추구해야 한다 믿는다. 한강이 왜 어떻게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었는가. 그럼으로써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을 꿀 사람들이 이 나라에도 더 많아졌기에. 상은 지난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일 뿐 또 다른 영광을 안겨주지 않는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2연패를 위해 더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수도 있지만. 별은 고정돼있지 않아, 그런 말을 하며 난 또 다른 별이 나타나 그 빛은 결국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는 그런 말을...

그렇지만 그 빛은 상징적인 것이리라. 영원히 빛날, 내 개인에게는 그보다 더 아픈 추억이 있을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영광, 그 영광을 그리기만 하며 사는 것은.

다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별이 되는 것을 포기하려 했던 뜻은 아니었다. 난 늘 별이 되는 꿈을 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글 쓰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했는데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 더 쓸 힘을 잃게 됨을 느꼈다. 난 최고가 된 적 없었다. 그렇게라도 경쟁해야 했기에. 다른 누군가의 입김과 지원으로, 또 다른 누구의 칭찬과 비판에도 의존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싸워나가야 했다. 스타가 되면 그 모든 게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그 지점에 오면 더는 내 주관대로 움직일 수 없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난 누가 내게 혼자 하지 말고 같이 하자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데.

혼자 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사람, 그들이 가진 약점일지도 모르는. 글 쓰는 일이란 그렇다. 한강은 글 쓰는 일은 독자적인 것이라 말한 적 있었다. 매일 함께 산다. 난 늘 길 위에 있고자 한다. 매일 같이 걷고 같이 밥 먹는다. 세상에 혼자인 사람은 없다. 늘 자유롭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글 쓰는 일이란 그저 독자를 빙자한 혼자만의 탈출 일탈 같은 것인지도. 한강 또한 출판사 없이 자신을 등단시켜준 심사위원들 없이 그 무대 위로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의 지지도 없이 별이 될 수는 없었다. 난 검은 별이 진짜 멋있는 거라며 자위하기로 결정한다. 블랙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건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덴마크 레스토랑 노마의 음식 사진 그리고 영상들을 봤을 때 저건 예술도 아닌 연구라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그땐 요즘 덴마크가 한창 뜨고 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나도 음식 문화적으로 연구를 하고자 하는 열정을 많이 가질 때였는데.


common (22).jpg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2016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이 된 그들 역시 이제는 문을 닫고 그 주인은 이제 음식 연구에 몰입할 뜻을 내비쳤다.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의 범위 안에만 있지 않다. 어떻게 느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도 닿아 있던. 그 이상으로 나아갈 움직임마저 일어났고. 다시 먹고 사는 일로. 난 문학이 생존의 범위 안으로 들어올 때 더 진화할 여지가 크다 보고 있다.


common (17).jpg 노마 : 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2016


더 이상 소장의 가치가 아닌. 상징적인 별처럼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난 멸치 우려낸 물이 흰 면속으로 스며 들어갈 때, 그러니까 그 면을 빨아들인 인간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를 연구하는 일이 이 일로 이어진다 믿고 있다. 여행을 떠난다. 버스를 타고 가든 기차를 타고 가든 달리는 물체 위에 있고 싶다. 난 프랑스가 음식 문화적으로 전 세계에 너무 큰 영향을 끼쳐 많은 나라 사람들이 거기에 휘둘린다 생각하고 있다. 비행기 타고 프랑스 갈 일 있는 사람들에게. 그 나라 가면 빵과 와인은 꼭 제대로 조지고 오시라고.

육류를 즐기던 프랑스인들을 만나 쌀국수를 세계로 알리게 된 베트남 사람들은 과거 그 나라의 지배를 받았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파는 커피가 이탈리아인들이 즐기는 에스프레소보다 더 높이 평가받을 때 세계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제주의 물이 에비앙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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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저 꿈일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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