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égoûtant'. 여러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단어 하나인데 맛없다는 뜻도 있다. '대구탕',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친숙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꼽힌다. 살이 담백하고 무 등을 넣고 끓이면 시원한 맛을 내는 한 그릇의 음식 재료이다. 바다를 끼고 산 사람들에게는 그 음식이 낭만적일 수밖에 없다. 어릴 때 내가 가장 좋아한 음식은 갈치와 문어였다. 치킨을 실컷 먹기 전까지는.
제주도에서 비싼 갈치를 먹어보고 약간 충격 받았지만. 어릴 때 먹던 그 생선은 아주 얇고 마른 갈치였음에도.
집에서 한 번씩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가 차라리 행복한 날이었다. 내가 돼지국밥을 조금 더 일찍 맛볼 수 있었다면 그런 음식들을 좋아했다 말하지 않겠지만. 중학교 땐가, 부산대 앞 어느 식당에서 부모님이 사준 돼지국밥을 먹고 너무 맛있다 말했던 기억이. 옆에 앉은 대학생으로 보이던 형들이 순간 날 보던 모습이. 여긴 돼지국밥집도 아닌데? 하는 눈빛처럼.
부산 사람들에게 치킨은, 아니 돼지국밥은 가장 사랑받는 음식 중에 하나다. 다른 지역에서도 그렇다. 치킨은, 돼지국밥은 순댓국과 더불어 보통의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서울에 갈 때면 늘 순댓국을 먹곤 했는데 부산의 돼지국밥보다 맛있다 말한 적도 있었다. 여행의 분위기에 취한 관계로, 그렇지만 다시 부산으로 돌아와 또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면...
이젠 너무 자주 먹어 별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 되어버린. 그렇게 다시 어린 시절로.
집에서는 가끔 대구탕도 식탁 위에 올라오곤 했으나 이젠 별 관심 없는 음식이었다. 늘 삼겹살, 치킨 먹는 날을 기다릴 뿐이었다. 자갈치 시장에 가면 맛있는 생선구이 집들이 몇 있고 다시 더 먼곳으로. 난 부산대앞을 떠나 그렇게 더 넓은 세계로 향하고자 했는지도.
자갈치 시장 앞바다에서 저 멀리 어딘가를 보며 꼭 그곳으로 가리라 맹세했던. 그 시절부터 난 회를 사랑했다. 가끔 그리웠다. 한국 가면 회도 먹고 중국집도 가고 하며 그 기억을 불러 일으켰지만.
프랑스에서 난 빵을 매일 같이 먹었는데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맛있어서, 그런 것보다 내게 가장 가까운 음식이어서. 그런데 맛이 좋아서.
튀르키예의 음식 케밥은 프랑스의 바게트를 만나 최고의 패스트푸드가 된다. 친구들을 사귀어 술 마시고 논 뒤 길거리에서 크레페를 사 먹거나 맥도날드도 갔던 기억이. 다음날 아침에는 뭘 먹어야 하지? 해장은 뭘로 하나 걱정도 했을까? 그때 난, 그런데 난 왜 이곳으로까지 온 건가 제이슨 본처럼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 먹는 음식. 죽기로 작정한 자들이 아직 죽지 않아 안도하며 먹는 음식이다. 대구탕은. 그 미련한 짓을 한 뒤 한 그릇의 음식으로 위로한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어디서 무얼 먹든 어쩌면 남는 건 그런 기억들뿐. 그곳에 내가 있었지, 부산에 오면 꼭 해운대로 가라 말하는 사람들처럼.
부산은 바다와 가까워 더 멀리 보기 좋은 도시다. 아름답지 않지만. 붐비거나 지저분해 그리 멋지지 않아도 꿈을 꿀 수 있어 좋은 곳이다.
https://youtu.be/VjWtF9CTa7A?si=7gGZDtuVuiJsojx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