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람

by 문윤범


나는 작가이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하루 몇 시간씩 길바닥을 돌아다니고 페이스북에 정치 관련 글을 써 그쪽으로도 평가되지만 그렇다고 나를 정치인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수입을 기준으로 직업을 판단할 수는 없다. 사회가 사람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명령 받고 복종하며 일하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견디기 쉬워서 그런 일을 하나. 나는 과연 어디까지 참아봤나. 작가로 정치가로 별 볼일 없음에도 아직까지도 참고 버티는 걸 보면 이쪽 일이 적성에 맞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정치인은 위에서 나보고 뭐라 해도 반기 들고 목소리 높이고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 된다. 그렇게 한다 해도 잘리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 알려지면 불협화음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들이 쏟아질 테고, 반대로 그것을 철저하게 막으면 여전히 존재감 없는 정치인으로 남을지 모른다. 작가도 출판사와 의견을 주고받고 입씨름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상하 복종 관계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난 누구한테 명령받으며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이끌어 주지도 않는다. 내가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소한 관계 속에서 칭찬받고 질책당하기도 했다. 다양한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압박을 받으면서 산다. 그걸 풀고 나올 때마다 내 능력치가 올라갔다. 페이스북에 한 페이지의 글을 쓰면, 쓰고 나면 복잡해진다. 혼자 하는 말이지만 적어도 수십 명의 사람들은 그 글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피드백도 받는다. 그게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일 때도 있다. 그 입장이 되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미로 속에 갇혔다. 그러다 빠져나오기를 반복했다. 내가 모든 것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직업은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가장 많이 공유하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작가라면 글, 정치인이라면 국내외 정세나 사회 현황 등.

현대 사회에서 직업인들은, 직장인들은 자신이 오늘 한 일들을 사람들과 나누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하지만 욕은 할 것이다. 그것도 어쩌면 나누는 일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정말 많은 다양한 감정들을 접할 뿐이다. 너무 힘들다는 표정,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 외칠 듯한 목소리. 그들을 위로해주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토닥거리고 달래주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는 정보를 원할 뿐이다. 어떠한 메시지를 얻고 싶은 것뿐이다. 정보 수집이 힘들어지자 길바닥에서 그것을 찾기 시작했다. 집으로 오면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보며 그것을 분석했다. 때론 내가 소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는 하루 많은 사람들과 부딪힌다. 좁은 골목길, 대형 쇼핑몰, 재래시장, 광장과 같은 곳에서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나는 이 사회가 소통의 시대에서 호흡의 시대로 전환될 것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예측이다. 서로의 숨소리는 듣지 못한 채 아무 의미 없는 말들만 하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작가로서 정치가로써 지금 느끼는 것은 위기감이다. 나 또는 이 세상의 갈등과 분열, 분노 또는 절망이다. 그러나 인생은 늘 반전의 연속이다. 우리 하루에는 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나는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느끼기를 원하고 나누기를 원하는 자다. 나를 그렇게 불러달라.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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