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에서 온 편지

by 문윤범


지구에 도착한 지 3677년이 되는 날. 나와 너는 한반도의 동남쪽 끝에 자리를 잡았지. 구불구불한 산길을 걸어 내려와 바다로 닿는 나날들이 계속되었어. 지난 주말의 저녁은 환상적이었어. 고사리를 삶아 너의 특제 소스에 버무렸고 내가 잡은 고등어를 튀겨 그 위로 올렸지. 그날 네가 특별히 얻은 제피가루를 뿌린 것이 정점이었어.


2022년의 해가 떴나봐. 흑호의 해라고 하는데 산에서 검은 호랑이는 커녕 하얀 호랑이도 보지 못했어. 수년 전에는 누군가가 내게 삼재가 있다고 했지. 그런데 재난은 일상이더라.


반도의 절반은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싸우고 그 소식이 매일 들려와. 하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아. 우리는 그들이 꼭두각시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부동산 정책은 내세워서 뭐해. 세금 때문에 뭐 하러 싸우고 다퉈. 최저시급은 수족관을 채우는 물처럼 점점 차오르고 있지. 그러다 넘칠 수도 있어. 더 큰 어항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지 몰라.


바람 쐬러 왔다 우리 생각이 났어. 잘 지내고 있지? 나와 너는 항상 우리를 찾아가지 못해. 미안해. 너무 바빠서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내년에는 꼭.


건강하고 잘 지내. 또 편지 쓸게.



ps. 임인년에는 기적이 일어나 올해 안에 찾아갈지도 모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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