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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설홍 Nov 29. 2022

Payback? or Karma?

보상받을 것이냐? 업보였던 것이냐?

정규 근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꾸역꾸역 재택근무용 일거리를 켰다. 저녁 밥은 도무지 당기지가 않아서 샐러드로 간단하게 요기하고도 졸려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한 십분을 정신없이 잤나. 이제야 일을 좀 해봐야지 하는 순간 최근 알게 된 다른 직종에서 일을 하는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으례 그렇듯 세상 누구보다 가방끈이 긴 언니는 회사에서 노동을 착취 당할 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동네북이 되고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대표에게 이유없는 가스라이팅..(이말 쓰는거 싫어하지만 달리 표현하는 방법이 없다) 까지 당하고 만신창이 된 마음을 부여잡고 내게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다른 곳에 가면 더 할테니 지금 잘 배워두라며 으름장까지 놨다고 했다.


한 번, 그 언니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내가 다른 직종으로 너무 가고 싶어해서 어쩌다 체험하게 된 일이었는데, 세상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지만, 살아온 짬바-짬에서 차는 바이브-가 있어서 어떤 일을 해도 두세번 확인했고 꼼꼼하게 했다. 쌩뚱맞은 심부름을 시켜도 주저하지 않고 본인이 터득해온 삶의 가치와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일을 처리해 내는 모습을 보며 내심 존경스러운 맘도 가졌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는 일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자신이 많은 일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 언니가 회사에서 일한지 이제 막 6개월 차가 되었던 것 같다. 갖은 모욕을 당한다는 소릴 듣자하니 내가 다 화가났다.


세상 어느 회사나 그렇지만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만두는 곳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회사 역시 그런 회사였다. 또한, 스스로를 해하는 직장은 결코 좋은 직장이 아님을 우리는 머리로는 안다. 당장 내일 출근하다가 지하철에 뛰쳐 들어가 버리고 싶은 맘이 들면 그 때야말로 잠깐 멈추고 내가 이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하는 시기가 온다. 언니는 그래도 나보다 어른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하면서 버티는 중이었다. 


'오늘도 울었어'웃으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그런 언니에게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은 언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있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써 버틸필요도 없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겪었던 일들과 언니가 겪었던 일들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러니까 참다보면 언젠간 payback모두 좋은 결과로 돌아올거야 하다가도, 아니다 이렇게 고생하는건 우리 전생에 죄를 지어서 Karma (업보) 로 온건가? 하면서 다시 닭이냐 달갈이냐의 두서없는 마무리를 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요지경이라 딱 죽을동 살동 할때 동앗줄을 내려준다. 잡고 떨어질 지라도 잡아보라고 내어준다. 언니와 난 동앗줄이 없음 나무를 이어서라도 하늘로 올라갈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서로를 도닥였다. 


그냥, 출근하는 것만 으로도 우린 많은 것을 해 낸거야. 그러니까 아휴 힘내란 소리 지겨우니까 걍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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