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일부의 견해이니 전체와는 다르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미국에 온 지도 벌써 3년차다. 그 와중에 병원을 두 군데 정도 경험하다 보니 이제는 미국 의료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생긴다. 왜 이렇게 간호사들이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급여를 더 올려줘야 한다고 하는지), 무슨 시스템으로 이렇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1. 미국의료체계는 보험회사 중심으로 돌아간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회사를 들어갈 때 의료보험이 주어지는지를 꼭 묻는다. 이는 오래 전 미국에 의료보험이 들어온 시스템과도 연관이 있는데, 직장에서 부터 시작된 의료보험이 시초였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에 온 가족이 다 병원을 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 의료보험의 유무는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베네핏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직장 보험처럼 급여에서 일부 떼어가는 수준으로 보험이 제공되며, 이 옵션도 다양해서 저렴한 옵션부터 최고급 옵션까지 본인이 선택해서 납부가 가능하다. 따라서 병원에 가기 전에, 자신의 보험을 받아주는 프로바이더(*이 글에서는 의사를 통칭) 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가는 얼전케어나 응급실은 자신이 선택한 옵션에 따라 분담금이 어느정도로 책정되어 있고, 입원/수술 등에 대한 비용 등도 모두 나누어져 있어 일단 아프면 이 보험 혜택부터 뒤져봐야 한다는 점이 있겠다.
2. 의사들도 여러 병원에서 근무를 한다.
우리나라처럼 한 병원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의사 개인으로 혹은 그룹에 들어가서 몇 군데 병원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이루어 진다. 물론 개인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현재 내가 두 군데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데 두 병원을 모두 오가는 프로바이더를 몇 명 본 적이 있다. 하여 간호사도 정규직 계약직 상관없이 두 군데서 자기가 원하면 근무할 수 있는 점이 있겠다.
3. DNR(Do Not Resuscitation)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미국에 오자마자, 같이 랜딩한 동료와의 토론에서 가까운 지인이 아프면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하겠다고 했는데, 오랜기간 간호사를 했던 동료가 내가 이해가 안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나는 그래서 간호사를 못해먹겠다고 생각했다. 생명에 대한 것들은 내가 좌지우지 할 수 없다 생각을 했고,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해서살아있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대부분의 동료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령에 가망이 없는 상태면 빠른 시일내에 DNR을 선택하는 편이다. 고령이 아니더라도 생각보다 빠르게 DNR을 결정을 한다. 그리고 그게 아픔 속에서 suffer 하는 환자를 돕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추후 발생될 엄청난 의료비와, 계속해서 물리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삶의 질을 고려했을 때 삶을 연장하는게 크게 득이 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일년정도 미국임상에서 구르다 보니 이제 거기에 조금 적응이 되었다. 지내다 보니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겠다 싶기도 한다. 그러나 '기적'이 있다면 하는 생각으로 기다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안다. 그러나 슬프게도 '기적'을 바라기에는 돈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빨리 결정을 한다. 이 차이는 내가 두 군데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더 크게 느끼게 되었는데, 보험이 없거나 카운티/정부제공 보험이 있는 환자들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DNR을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비영리 병원인데다 보험도 나쁘지 않은 환자들은 80-90세인데도 full code로 병동에서 원하는 치료를 모두 받는다. 또한, 병원이면서 보험회사를 보유한 한 기업 병원의 경우에는 병원 체류기간이 늘어날수록 의료비 지원이 늘어나게 되니 빠른 DNR결정을 한다고도 한다. 한국에서 임상을 하다가 온 나는 아직도 이게 적응이 안되지만, 의료비 + 사회인식 + 다양한 배경에 더불에 생성된 문화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충분히 공부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간호사의 레버리지가 한국 보다 높은 점이 있겠다. 그래서 한국의 신규 간호사와 다르게, 미국의 뉴그랫들은 조금 더 proactive 하고 개개인의 면허가 달려있다 보니, 물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답을 찾아가는 친구들이 많다. 한국은 어쩌면 좋은 의료시스템이 받쳐주다 보니 이 부분에서 조금 더 간호사의 손발이 묶여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이건 내 주관적인 생각이고 ICU에서 근무하다 온 한국 간호사분들은, 한국에서는 자유롭게 ABGA등도 가능했는데, 여기선 그러지 못하다고 더 답답하다고도 했다).
한가지 더, 그래서 검사 처방/시술 처방이 제한되어 있고 나름 정해져있다. 모든 것이 환자 부담의료비다 보니 좋은 의사들의 경우는 그것까지 생각해서 처방을 한다. 그래서 '쓸데없는'검사를 따로 안한다는 점이 있다. 꼭 필요한 검사를 하고, 더 보수적으로 처방을 한다. 그리고 신약같은 것도 함부로 안쓰고 -그러기엔 정말 뜨악할만한 신약들이 수도 없이 쏟아지지만- 늘상 쓰던 약들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라 근무를 하면서 크게 헷갈릴 일은 없다.
이런 환경들이 결국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캘리포니아는 나름 저소득층을 위한 법들이 잘 되어 있어서 내가 내는 세금이 어느정도 저소득 환자에게 도움이 되긴 한다. 이런 다이나믹 속에서 살아가는 미국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다가도 안타깝기도 하고, 그냥 환자에게만 잘하자 하고 다시 출근하고자 하는 맘을 잡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