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경험

대안학교에서의 이야기

by 김승민

신앙생활을 시작하며 자주 기도했던 말이 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보내주세요."


그전까지 나는 ‘나에게 필요한 곳’을 향해 분투했지만, 이 기도가 내 삶의 태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때부터 무의식적인 선택을 의식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앞서 가는 친구보다 뒤처져 걷는 친구에게, 교회에서 주목받는 사람보다 공동체에 스며들지 못하는 사람에게, 직장에서 인정받는 상사보다 조용하지만 진정성이 있는 상사에게 마음이 갔다. 그것은 나를 착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계산된 선택이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갔다. 그리고 매번 그랬던 것이 아닌, 열 번 중 일곱 번은 그렇게 선택하며 살아왔을 뿐이다.


그렇게 내 삶의 어느 지점에서 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다.

학교 밖 청소년들 — 미혼모, 소년원 출소, 은둔형, 우울증 등, 각자의 아픔을 안은 아이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영어와 삶을 가르치고, 때로는 묵묵히 곁을 지켰다. 다행히 이전의 내 경험과 경력, 진취적인 성향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용기를 북돋게 했다. 정말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보낸 5년의 시간은 내게 목회와 다름없는 시간이었다. 아니, 어떤 점에서는 더 깊고 치열했다. 매일이 배움이었고, 나를 깎아내고, 감정을 가다듬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람에 대한 편견이 하나씩 벗겨졌고, 나를 포함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졌다. 실망을 주는 사람을 마주해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목회와 이곳에서의 교사의 길은 껍데기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는 것을.


어쩌면 그땐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사역하는 목사’의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거창한 계획과 원대한 사역의 꿈이 있어도, 지독한 현실과 마주해야 하는 그런 자리 말이다.


목사의 길을 잠시 멈추고 사회생활 속에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지만,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생각들이 여전히 내게 중요한가 보다. 아홉 개의 이야기로 정리될 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과 마주할 어려움, 그리고 지녀야 할 마음을 보여주는 선명한 나침반이 되지 않았나 싶다.


keyword
이전 09화높은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