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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교수 무죄 판결, 이제는 사과할 때다

11년 만의 무죄, 그러나 끝나지 않은 질문

by 배훈천

11년 만의 무죄, 그러나 끝나지 않은 질문


박유하 교수의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11년간의 법적 논쟁이 끝났다. 법원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여전히 묻고 있다.


“지식인은 어디에 있었는가.”


박 교수는 법적 투쟁을 벌이는 동안 자신을 비판했던 학자들, 정치인들, 시민단체들이 학문적 논쟁 대신 비난과 고발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문제적 상황의 선두에 섰던 이들이 ‘학자’였다는 사실이 저에겐 여전히 무겁게 다가온다”며, 학문적 자유를 침묵과 배척으로 가로막았던 한국 사회를 지적했다.


하태경의 뜻밖의 사과


그런 와중에 한 정치인의 사과가 눈길을 끌었다. 하태경 전 의원이 박 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한 것이다.

하 전 의원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박 교수의 견해는 학문의 영역이며 법원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반일 광풍이 거센 분위기 속에서 공개적으로 나설 용기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11년 동안 험난한 시간을 견디어내고 이겨낸 박유하 교수님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정치인이자 동시대의 지식인으로서 학문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한 제 자신에게 반성하며 사과를 드립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세간의 비난에 침묵했던 것뿐인데, 공개 사과까지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며 놀라면서도 기뻤다고 밝혔다.


이제 남은 사람들은?


하태경의 사과를 접한 박 교수는 “그렇게 뜻밖의 사과를 받고 보니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유하 처벌법’을 만들겠다고 했던 정동영 전 의원

당 차원에서 규탄 성명을 냈던 안철수 의원

위안부 왜곡이라며 비난한 우원식 국회의장

“같은 하늘 아래 숨 쉴 수 없다”며 교수직에서 쫓아내려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1123_2120_5222.jpg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사진=박유하 페이스북


박 교수는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싶어서”라며 조심스러운 기대를 남겼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 그리고 한국 사회


이번 판결이 단순한 법적 승리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박 교수는 여전히 ‘비국민’ 취급을 받으며 한국 사회에서 설 자리를 찾고 있다. 그는 “비국민에게도 자리를 내어주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지식인의 책임은 ‘당시에는 분위기가 그랬다’는 식의 변명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데서 시작된다. 하태경처럼 사과할 수 있는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

법이 판단을 내렸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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