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잃다

그리고 땡벌

by 김성수

예전에는 새해가 시작되기 전, 수많은 생각과 결심, 다짐과 계획을 세우곤 했다.


새해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소망하는 것들을 이루고 싶었다. 당연한 기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아마도, 삶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부터였을 것이다.

새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무색해졌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대신, 나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음을 선택했다. 그것은 일종의 회피였고, '계획 없음'이 나의 유일한 계획이 되었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것만이 나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나는 나의 글쓰기가 우울에서 시작되었다고 몇 번이고 글에서 말했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나의 본질인 그 우울은, 사실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은 마치 흙탕물의 앙금이 잠시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던 것처럼, 고요한 수면 아래에서 자신의 흔적을 숨기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믿었다.

하루의 일상을 무사히 살아내고,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걷다 보면, 언젠가는 괜찮아질 것이라고.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일 거라고.


그런데 요 며칠, 그 한 발짝 한 발짝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진다.

이것이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2026년.

한 달도 채 살아내지 못했는데, 나는 벌써부터 지쳐가고 있다.


난. 이제 지쳤다...... 휴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땡벌


그런데, 땡벌은 땅벌의 강원도 사투리라고 하던데. 삶이란 벌에 쏘인 것처럼 아프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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