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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의 꿈

그래서 ENFP 인가 보다

by 김성수

국민학교 입학을 갓 마친 꼬맹이 시절, 우리 집에는 디즈니 명작 전집이 떡 하니 자리 잡았다. 그때는 집집마다 책 외판원이 드나들던 시절이었는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부모님은 자식들을 위해 큰맘 먹고 그 전집을 사주셨다. 어린 나는 얼마나 좋았던지! 미군 방송(AFN)에서 방영되던 디즈니 만화 영화를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넋 놓고 보던 때였으니 말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 던져놓기가 무섭게 전집을 펼쳐 들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좋았다. 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디즈니 동화 덕분에, 어린 나는 세상이 온통 꽃밭인 줄만 알았다. 착하게 살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면 모든 일이 좋은 결말을 맺을 거라는 순진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추억 속에 전집

그래서였을까. 나는 슬픈 영화나 배드엔딩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고 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침울해져서, 한동안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세월이 흘러 빛바랜 기억 속에서도, 너덜너덜해진 디즈니 명작 동화책의 잔상이 선명하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그 명확한 엔딩처럼, 나는 아직까지도 해피엔딩을 꿈꾼다. 어쩌면 철없는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디즈니 동화와 함께 자란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결말에 대한 희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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