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과 다람과 디테일의 마법

열정맨과 일잘러 그 둘의 차이

by 머니페니

김다람은 회사 지옥의 온갖 빌런들을 상대하며 '혁명가'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그녀의 여정은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일을 대하는 자세'라는 난제를 마주할 때면, 그녀의 혁명가적 면모보다는 과거의 회한이 먼저 떠오르곤 했다. 때는 바야흐로 다람이 막 부장으로 승진하기 전, 인사과에서 일하던 시절이었다.


인사과에 근무하던 시절 그녀는 두 가지 부류의 직원을 만날수 있었다. 그저 '열심히만 하는' 부류와 '일을 잘하는' 부류. 다람 역시 항상 후자를 꿈꿨지만, 현실은 전자에 가까웠다.


그녀의 옆 부서에는 '열정맨' 박대리가 있었다. 박대리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의 책상에는 늘 서류 더미가 산을 이루었고,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이거 얼마에 할까요? 지금하면 해보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질문은 늘 같았다. 고객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 고객의 잠재력은 얼마인지 파악할 생각은 않고 그저 '열심히' 현재 진행 상황만을 체크하는 사람이었다.

반면, 멀리 떨어진 팀의 강선배는 달랐다. 강선배는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철저히 지켰다. 그런데도 그의 매출은 늘 압도적이었다. 강선배는 우선 상황 파악을 빠르게 했다. 고객이 처분할 잉여 자산이 얼마인지, 앞으로 구매하는 데 필요한 운용 가능한 자금은 얼마인지 등 다양한 조건을 분석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시장에서의 거래 가액을 확인한 뒤 고객에게 최적의 딜을 제시했다. 그의 고객 컨택은 늘 상당한 매출로 이어졌다. 시장 상황을 사전에 파악한 디테일 덕분이었다.


김다람은 박대리처럼 '열심히' 일했다. 인사과 업무는 늘 산더미 같았다. 신입사원 교육 자료를 만들고, 퇴사자 서류를 처리하고, 복리후생 제도를 업데이트하는 등 매일이 바빴다. 하지만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열심히' 시키는 일을 했고, 가끔은 박대리처럼 선배들에게 "이거 어떻게 하면 돼요?"라고 물었다.


어느 날, 팀장님이 다람에게 신입사원 교육 커리큘럼 개편을 맡겼다.


"김다람 씨, 이번 신입 교육은 좀 더 디테일하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바꿔 봅시다. 특히 최근 젊은 직원들이 회사에 기대하는 부분이 뭔지 잘 파악해서 반영해주세요."


다람은 처음에는 막막했다.


'디테일이라…'


그녀는 늘 '열심히'만 했지, '잘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녀는 일단 지난 교육 자료들을 싹 다 훑어보고, 다른 회사들의 신입 교육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그것도 '열심히' 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다 문득, 강선배가 고객에게 최적의 딜을 제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강선배는 고객의 모든 조건을 분석하고 시장을 파악했지. 그렇다면 신입 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고객'인 신입사원들이 뭘 필요로 하고, 회사에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디테일하게 파악해야 해!'


다람은 퇴근 후 회사 주변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는 퇴근 후 스터디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젊은 직원들이 많았다. 그녀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노골적으로 엿듣지는 않았다. 신입사원들이 어떤 회사 분위기를 원하는지, 어떤 교육을 받고 싶은지, 어떤 복리후생에 관심이 있는지 등 '잠재적 니즈'를 파악하려 노력했다. 심지어 회사 익명 게시판까지 뒤져보며 숨겨진 불만 사항이나 건의 사항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녀는 단순히 '신입사원들에게 뭐가 필요할까?'를 넘어섰다. '지금 신입사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앞으로 이들이 회사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요소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치 고객의 '잉여 처분가액'과 '운용 가능한 자금'을 분석하듯, 신입사원들의 '현재 상태'와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려 했다.


며칠 후, 다람은 팀장님께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보고했다.


"팀장님, 이번 신입사원 교육은 기존처럼 단순한 회사 소개나 직무 교육에 그치지 않고, '온보딩 세션 강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팀장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온보딩 세션?"

"네. 최근 설문 조사(다람의 비공식 카페/익명 게시판 탐문) 결과, 신입사원들은 회사 적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한 달간은 직무 교육보다 회사 문화 이해, 동료와의 네트워킹 강화, 그리고 선배 멘토링 프로그램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특히, '메신저 에티켓'이나 '공용 비품 사용 매너' 등 사소하지만 실제 회사 생활에 꼭 필요한 '디테일한 꿀팁 세션'을 추가했습니다."


팀장님의 눈이 커졌다.


"오호, '메신저 에티켓'이라… 그런 디테일까지 신경 썼단 말이야?"

"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입사원들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점심 메뉴 고르기'나 '회식 참석 여부' 같은 사소한 고민들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선배가 쏜다! 무작위 점심 식사권' 같은 소규모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선배들과 친목을 다지고 회사에 대한 친밀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람은 마치 강선배가 '최적의 딜'을 제시하듯, 신입사원들의 숨겨진 니즈와 회사의 목표를 연결하는 '디테일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그녀는 단순히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것이 아니라,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왜' 이런 변화가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그 변화가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를 제시했다.

팀장님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다람 씨! 이건 그냥 열심히 한 게 아니군!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디테일이야! 훌륭합니다!"


그렇게 다람이 기획한 신입 교육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신입사원들의 회사 적응도는 눈에 띄게 높아졌고, 초기 퇴사율도 현저히 낮아졌다. 다람은 비로소 깨달았다. '열심히'는 기본이지만, '잘하는 것'은 디테일에서 온다는 것을.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방의 니즈를 분석하며, 그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길이었다.


옆자리 박대리는 여전히 밤늦도록 서류에 파묻혀 "이거 얼마예요?"를 외치고 있었다. 다람은 이제 그를 볼 때마다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 다람은 안다. 노력 없는 미래는 없지만, 디테일 없는 노력은 그저 '열심'에 머물 뿐이라는 것을.


인사과 시절의 김다람은 그렇게 '열심히'를 넘어 '잘하는' 방법을 체득하며, 훗날 '천하무적 혁명가'로 거듭날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오늘도 회사 지옥의 한구석에서, 그녀는 더 나은 '디테일'을 찾아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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