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조 시뮬레이션 연구소 연구소장 김다람
김다람은 이제 회사를 '지옥'이 아닌, '인간 개조 시뮬레이션 연구소' 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염라대왕을 길들이고, 스피커를 역이용하며, 독재자를 울타리에 가두고, 페투니아 이모를 절약왕으로 둔갑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 대상은 차원이 달랐다. 바로 '잉여인간' 주삼회 팀장이었다.
주 팀장은 새로 부임한 영업지원부의 수장이었다. 영업회사의 핵심인 영업부를 서포트해야 할 지원부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편의를 생각한다는 취지로 매번 업무 지원을 요리조리 거절했다.
명분은본인의 팀원의 칼퇴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인 것이고, 그러다 보니, 영업부는 지원업무까지 하게 되면서 점점 업무의 양은 늘어만 갔고, 심지어 모든 일의 책임도 영업부였다. 게다가 회사의 모든 '잉여인간들'의 인센티브마저 영업부가 책임지는 구조이기도 했다. 더더군다나 그들의 칼퇴와 워라밸까지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라니.
여기서 문제는 주 팀장은 일도 제대로 안하고 여기저기 뺑뺑이 돌려버리는 일머리 때문에 본인 팀원으로 부터는 인정을 못받고 영업부로부터는 '일 머리 없어' 무시당하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형 '잉여인간'이었다.
김다람은 부장이던 시절, 이 잉여인간 주 팀장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새낀, 머 하는 새끼야?'
라는 대표님의 웅얼거림이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잉여인간 주 팀장을 새로운 사람으로 재탄생시키기로 결심했다.
1. '인센티브 사냥꾼'의 심리 역이용
다람은 주 팀장이 우리 사주를 가졌고 인센티브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워라밸'을 외치지만, 결국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편하게 일하며 최대한의 인센티브를 챙기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어느 날, 다람은 주 팀장에게 의기양양하게 다가갔다.
"팀장님! 제가 팀장님을 위한 획기적인 '스마트 워크'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주 팀장의 귀가 쫑긋 섰다. '스마트 워크'라는 단어에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스마트 워크?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월급루팡들이 제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허구한 날 불평만 늘어놓는 통에 말이야!"
다람은 태연하게 설명했다.
"아닙니다, 팀장님! 이 프로젝트는 팀장님의 '칼퇴와 워라밸'을 극대화하면서도, 지원팀의 업무 효율을 혁신적으로 높여 궁극적으로 영업부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이는 곧 팀장님의 인센티브 증대로 이어지는 마법 같은 프로젝트입니다!"
주 팀장의 표정이 '이게 무슨 개소리지?'에서 '어… 인센티브?'로 변했다. 다람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2. '꼼수 전문가'를 '효율 전문가'로
"팀장님께서 늘 말씀하시듯, 불필요한 동선을 줄이고, 급작스러운 스케줄 변동에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희 지원팀의 차량 운용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다람은 기존의 '주 팀장의 얕은 꼼수'였던 동서남북 스케줄 돌리기를 '효율적인 차량 운용'으로 포장했다. "앞으로는 지원팀 차량의 LPG 충전은 무조건 전날 완비하고, 외근 동선은 '최단 거리 & 업무 연계' 중심으로 미리 세팅하는 겁니다. 단, 급작스러운 영업부 약속이 생길 경우를 대비하여 '비상 대기조'를 운영하여, 주 팀장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강남 갔다가 인천남동공단 갔다가 여주 가느라 한남동 약속 못 넣는' 상황을 원천 봉쇄하는 거죠!"
주 팀장은 다람의 설명을 들으며 턱을 만졌다.
'내 꼼수를 이렇게 그럴듯하게 포장하다니…!' 그의 머릿속에서는 '칼퇴'와 '인센티브'가 뒤섞여 돌아가고 있었다.
3. '근본 없는 지적질'을 '생산적인 피드백'으로 전환
"그리고 팀장님께서 늘 지적하시던 '니들 월급 너무 많이 받아 처먹어'
문제는 사실 업무 체계의 비효율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원팀 직원들이 단순히 서류만 들고 오가는 것이 아니라, 영업부의 매출 증대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겁니다."
다람은 주 팀장의 '근본 없는 지적질'을 마치 '미래를 내다본 날카로운 통찰'인 양 둔갑시켰다.
"예를 들어, 영업부에서 진행하는 계약 건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지원팀에서 전담하고, 주 팀장님처럼 사내 사정에 밝으신 분께서 직접 '주요 고객 접점 시나리오' 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공유해 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원팀 직원들은 단순히 서류를 나르는 것을 넘어, '영업 전략의 핵심 브레인'으로 거듭날 수 있고, 이는 곧 회사 전체 매출의 상승으로 이어져 팀장님의 인센티브에 극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다람의 말은 주 팀장의 가장 깊숙한 욕망을 정확히 꿰뚫었다. '워라밸'과 '인센티브', 그리고 '나의 중요성 인정'이라는 키워드가 그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날 이후, 주 팀장은 놀랍도록 변했다. '스마트 워크' 프로젝트는 그의 이름으로 추진되었고, 그는 자신이 이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인 양 어깨를 으쓱거렸다. 영업지원팀의 차량 운용은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변했고, 급한 약속도 거절할 수 없는 '비상 대기조' 시스템이 생겨났다.
주 팀장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만든 '주요 고객 접점 시나리오'를 직원들에게 열정적으로 설명하며
"이거 내가 만들었다! 이걸로 인센티브 두 배로 벌어야지!"
라고 외쳤다. 그는 더 이상 '잉여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효율성과 인센티브에 미친 독특한 리더'로 거듭나고 있었다. 비록 여전히 '9 to 5'를 고수하려 했지만, 그의 얕은 꼼수는 '회사 전체의 이익'과 '자신의 인센티브'라는 명분 아래 교묘하게 숨겨졌다.
영업부는 더 이상 열 받지 않았다. 그들의 매출은 오르고 있었고, 이제는 주 팀장 덕분에 '워라밸'까지 챙겨가며 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 소녀가장 영업부의 어깨에는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오늘 점심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탕비실 수다가 이어지던 무렵. 일이 많아 힘들다는 모 영업부 직원에게 주 팀장의 '위로'가 이어지는 현장이었다.
"야 야! 일이 안 될때는놀아 그냥 놀아! 지금 효율적으로 놀지 언제 효율적으로 놀아! 그래야 팍팍 쉬고 빡세게 해, 그래야 인센티브 많이 받지!"
그때 탕비실 구석에서 대표님이 나오면서 주 팀장을 흘깃거리며 나직이 웅얼거렸다.
"저 새끼… 저렇게 일을 잘했었나?"
천하무적 김다람은 그렇게 '잉여인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 잘하는 사람'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녀의 인간 개조 시뮬레이션 연구는 오늘도 계속된다. 다음 빌런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