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찮은 일상 루틴

하찮지만 소소한 뿌듯함을 안겨주는 루틴

by 책하마

MBTI이야기가 나올 때 친구들이 하나같이 내게 말했다.

"니가 J가 아니면 누가 J겠냐?"

인정. 어릴 때부터 정해진 루틴은 고집스럽게 지키는 아이였다. 그 다이나믹한 학창시절조차 아침에 학교로 출발하는 시간도 매일 정확했고 매일 무슨 과목은 어느 분량 꼭 공부해야한다는 것도 강박적으로 지켰다. 밤에 몇 시에는 꼭 자야 하는 것, 무슨 요일에는 꼭 요가하러 가야 하는 것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나만의 루틴들이 그때그때 있어왔고 꼭 지키는 편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참 성실하고 착하다고 치켜세워줬고 그것에 더 고무돼서 더 강박적으로 지키곤 했다. 인정 욕구도 채우느라 그랬지만 나 자신도 이런 루틴들을 지켜야 뭔가 안심이 됐다.


20대에는 잠시 이런 내가 따분하고 재미 없는 인간처럼 느껴졌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화끈하게 노는 주인공들이 부러웠고 SNS에 올라오는 화려한 경험들이 눈부셨다. 그에 비해 나의 일상은 별거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쩌다 일상을 벗어나면 짜릿하고 재미있기보다는 금세 지치곤 했다. 내 성격을 바꾸고자 무던히도 부정하고 노력했지만 본성은 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청춘이라고 불리우는 20대를 지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줌마가 되니 따분하고 지루한 내가 그닥 초라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그냥 내 성향 그대로를 인정하게 됐다. 억지로 내 성향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리고 이제 난, 훌쩍 여행을 떠나기보다, 예상치 못한 나들이를 다녀오기보다는 고집스럽게 일상의 루틴을 지킨다. 그것에서 더 뿌듯한 충만함을 느끼고 에너지를 얻는다. 훌쩍 떠나는 여행과 나들이는 나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모되게 만든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니 알게 됐다.


그 일상이 뭐 정말 대단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굉장히 평범하고 하찮다. 하지만 나는 그 평범하고 하찮은 것에 뿌듯하고 안정감을 느낀다.


일상루틴 1. 주 3회 50분 근력운동하기.

탈다이어터가 된 이후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을 하진 않지만 생존을 위해 운동한다. 선천적으로 약골인 내가 병들지 않고 살려면 면역력을 키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산소운동보다는 덤벨과 힙밴드를 가지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한다. 근데 웨이트트레이너들처럼 몸짱이 되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무게나 횟수, 시간은 절대 늘리지 않는다. 늘 들던 무게로 강도를 높이지 않고 진짜 딱 50분만. 그렇게 하면 다음날 약간 뻐근한 정도의 근육통이 느껴진다.

운동을 하는 장소도 집이다. 헬스장을 다니게 되면 오가는 시간이 걸리므로 10분이든 20분이든 더 쓰게 된다. 운동에는 진짜 딱 50분만 쓰고 싶다. 운동을 즐기거나 좋아하지 않는 나는 생존을 위해 억지로 하는것이므로.. 50분 이상 쓰기는 싫다.

하루는 50분 근력운동, 그리고 그 다음날은 약간의 근육통을 느끼며 뿌듯해하기. 이렇게 하니 주3회 근력운동을 하게 된다. 여행을 가거나, 운동을 해야 하는 날에 갑자기 저녁약속이 잡히거나 나들이를 가게 되면 이 루틴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매우 찝찝하다. 여행과 나들이의 설렘보다는 이 찝찝함이 더 크다..나란 인간은.


일상루틴 2. 주1회 꼭 피부각질관리 후 팩하기

피부관리를 빡세게 할 돈도 시간도 센스도 없다. 그래서 화장품도 스킨 로션 에센스 수분크림 아이크림 이렇게 여러 가지 구비해 바르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보습을 위해 저것중 딱 한 가지만 바른다. 선물받거나 샘플로 들어온것 중 한 가지씩만. 샘플 등을 다 쓰면 우리 딸이 쓰는 어린이로션을 함께 쓴다. 백화점 브랜드 기초화장품은 엄두도 안 난다. 무조건 로드샵 제품으로!! 기초화장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쓸 여력이 없다. 화장도 마찬가지이다. 자외선은 꼭 차단해야한다고 하니 선크림은 꼭 바르고, 피부가 하얗지 못하고 누런 편이라 그를 보완할 연보라색 베이스를 바른다. 그 위에 그냥 파우더를 톡톡 두드리고 피부화장은 끝. 거기에 색깔 립밤을 발라주면 나의 화장은 끝. 눈화장을 할 센스도 에너지도 없으며 섀딩이든 뭐든 하나도 할 줄 모른다(해봤자 점점 얼굴이 이상해진다. 내가 못하기도 하고 퍼스널컬러상 짙은 색조화장이 안어울리기도 하고). 피부과? 스티븐존슨 증후군 후유증이 한창 심하던 어린시절에 다녔고, 대상포진이이 얼굴로 와서 온통 물집이 잡혔을 때 다녔다. 이렇게 치료목적으로만 다녀봤고 피부미용을 위한 시술은 한 적이 없다, 할 돈은 없고 겁도 많아서 그렇다. 아플 것 같고, 피부과시술도 반복되면 계속 받아야 유지가 된다는 지인들의 말에 덜컥 겁이 난다. 앞의 이유들로 피부 미용에 관심은 거의 없지만... 딱 한 가지 내가 피부를 위해 꼭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필링젤로 각질을 제거한 후 마스크팩을 하는 것. 그것도 주 1회만, 그 이상은 귀찮고 번거롭다. 그래도 매 주 일요일 하는 각질케어와 마스크팩은...꼭 지킨다. 확실히 하고 맞이하는 한주와 안 하고 맞이하는 한 주의 피부 상태가 다르다. 깨끗한 수건을 적셔 전자렌지에 30초 돌려 스팀타올 완성. 스팀타올로 따뜻하게 피부를 마사지한 후 필링젤 바르고 3분 기다리기. 필링젤 살살 닦아내며 각질 제거하기. 각질 제거된 피부 위로 마스크팩하기. 그리고 생각한다. 이번 한 주도 잘 마무리했구나!


일상루틴 3. 주 1회 집안 청소

주말부부 워킹맘 노릇 중이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차려놓고 이른 아침 출근한다. 퇴근하고 딸아이와 먹을 저녁밥을 차리고, 먹고 치우고, 달아이 학교 공부와 숙제를 봐 주면 잘 시간이다. 평일은 매일매일 녹초가된다. 그런데 평일 중 녹초가 된 와중에도 집안일을 추가할 여력이 되는 날이 있다. 바로 금요일 저녁! 다음 날 주말이라 그런지 조금 더 몸을 쓰고 조금 더 늦게 잔다 해도 덜 지친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식사 후에는 반드시 청소를 한다. 절대 외출하거나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늗다. 평일 다른 날엔 절대 못 하고, 주말에는 청소따위 하기 싫어서! 구석구석 닦고, 욕실까지 싹 청소하면 생각한다. 드디어 주말이구나!


일상루틴 4. 평일 두 끼는 꼭 집밥 먹기

딸아이는 편식이 심하고 식성이 까다롭다. 그래서 외식을 하면 메뉴 고르기도 쉽지 않고 한식을 먹든, 양식을 먹든 야채는 전혀 먹지 않는다. 나는 편식은 안 하지만 금방 배가 부르고, 억지로 더 먹으면 바로 체한다. 남편은 주말에만 오고.. 그래서 평일엔 웬만하면 우리 스타일대로 집밥을 차려 먹느라 외식을 하지 않는다. 퇴근하고 바로 뻗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꾸역꾸역 저녁밥을 차린다. 거창하게 차리는 것은 아니다. 메인 반찬 한 가지에 채소 1-2가지. 그리고 나물반찬들은 반찬가게에서 산다. 메인 반찬은 굽거나 볶기만 하면 되는 고기or생선 메뉴. 채소는 딸아이가 먹는 것이 한정돼있다. 생 파프리카나 당근, 양배추나 브로콜리 찜. 정말 간단하지만 나랑 딸아이가 그나마 잘 먹을 수 있는 메뉴들로 평일 아침밥과 저녁밥을 차린다. 이렇게 차려 주는 식당이 없다. 왜냐하면 너무 보잘것없고 심심해서 식당을 망하게 할 테니까. 하지만 입맛이 독특하게 까다로운 우리 딸은 식당메뉴보다 보잘것없이 차린 집밥을 그나마 먹는다. 나도 내 집밥이 싱겁지만 속은 편안하다. 그래서 평일 아침과 저녁. 이렇게 두 끼 매일 집밥을 차리게 됐다.


일상루틴 5. 주1회 브런치 글쓰기

언젠가는 내 이름으로 된 에세이를 내고 싶다. 누가 사서 읽든 말든 잘 팔리든 안 팔리든 그냥 한 권 내고 싶다. 나름의 소망이라 2020년쯤인가.. 호기롭게 브런치 계정을 만들었다. 그런데 글을 잘 써야겠다는 압박감에 글감은 뭐로 하지, 어떻게 시작하지, 지난 번에 쓴 글이랑 어떻게 이어지게 하지 등등 너무 많은 고민을 하니 글쓰기 빈도는 점점 줄어들었다. 글을 안 쓰는 날이 늘자 브런치에서는 '매일 한 줄이라도 쓰는 습관이~'하며 잔소리하는듯한 알람이 왔다. 그걸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도서관에서 수많은 에세이를 읽어봤지만 정말 글재주가 뛰어난 작가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가들도 은근히 있었지. 그런데 글재주 없는 작가들의 에세이도 은근 재미있었어.'

그래. 나도 글재주가 뛰어난 작가가 되기는 틀린 것 같고, 그냥 무작정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글쓰기는 질보다는 양이다!! 그러려면 자주 써야 하는데, 고민만 너무 많으면 자주 쓰지 못할 것 같아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었다. 나는 루틴이 생기면 잘 지키니까! 그래서 주1회 브런치 글쓰기 루틴이 생겼다. 그냥 주 1회는 무조건 뭐가 됐든 한 편 쓰자! 나는 지금 그 루틴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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