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겨울방주의 생각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그날 저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참사 추모식에 다녀왔습니다. 그전에 공공 돌봄 데이터톤 모임이 있어서 참석했었죠. 저는 청년참여연대 캠페이너로서 공공 돌봄 관련 모임에 참석하고, 참여연대 활동가 분들과 함께 10.29 참사 추모식에도 참석했습니다. 공공 돌봄 데이터톤 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작성하겠습니다.
그날 10.29 이태원 대참사 추모 행사에 참여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슬픈 현실입니다. 참사가 일어난 그 현장에서 브리핑하려는 공무원(소방대 지휘관) 앞으로 언론의 질문에서 '마약'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언론은 그 참사가 마치 '마약'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처럼 몰아세우며 질문을 했었습니다. 그당시 언론의 질문을 받은 소방지휘관의 심정은 필설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을 것입니다. 손이 떨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보자면 말입니다.
이태원 희생자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서울광장 추모식에서 딸을 잃은 호주 어머니의 절절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디 가서 펑펑 울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얼굴이 무너지는 심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슬픔을 감추기 위하여 추모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팔찌나 리본, 피켓과 포스터 등을 나눠주며 겉으로는 조금 해맑게 있었겠지만 말입니다. 다만, 그날 추모식 현장에 있었던 저의 심정은 별이 되신 분들의 이 비극을 159명의 별들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무너지는 심정입니다.
참사가 일어나고 며칠 뒤,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사람들이 잘못한 것처럼 발언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한국교회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창조주를 섬겨야 하는 인간들이 귀신을 기념하기 위해, 핼러윈데이를 기념하기 위해, 놀러 가다 헛되이 죽은 것이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마치 '마약'이 원인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 원인을 다른 데 돌리려 하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진짜 용서받기 어려운 중한 악행입니다. 어찌하여 인두껍을 쓰고 그러한 짓을 아무렇지 않게...!
이 생각을 하고 나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알게모르게 저질러온 저의 업보가 생각나서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업보를 생각하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이 못된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리고 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까지 생각을 하자면 더더욱 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정치인들의 추모사가 있었는데, 그중에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의 추모사가 저의 공감을 불러왔습니다. 다른 정치인들의 추모사도 들었지만, 용혜인 대표의 추모사는 10.29 참사의 유가족들과 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을 위해 분투하신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추모사였습니다. "왜 이렇게 달라야 하는지, 왜 권력과 가까울수록 법의 잣대가 더 허술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국민 159명이 하루아침에 별이 되었음에도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 현실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느 국민이 납득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당적을 가진 당원이기는 하지만 어느 당인지는 굳이 밝히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기본소득당 당원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적이 다를지라도, 용혜인 대표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마지막으로 용혜인 대표는 "별처럼 빛나는 삶을 살았고, 또 이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비춰주고 계신 159명 한 분 한 분의 영면을 진심을 다해 기원합니다"라고 하며 말을 마쳤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정치를 할 뜻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해야 합니다. 제가 만약 정치를 하게 되면, 또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이와 같은 참사를 마주하게 된다면, 먼저 죄송하다고 말을 하려 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추모식 행사 도중에 맞은편에 있는 플라자호텔을 바라보니 플라자호텔은 공간이 분리된 것처럼 호화로운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아이러니입니다. 서울광장은 추모의 분위기인데 플라자호텔 레스토랑은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이 분위기가... 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아이러니입니다.
더 쓰고 싶지만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슬픕니다.
그들에게는 별이 된 159명, 그리고 우리 국민은 어떠한 존재들이었단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