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주 소설] 뽀삐의 일기 107화

뽀삐는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며 중장비 교육 2주 차를 보냈어요!

by 겨울방주

안녕하세요! 지금의 듬직한 '은행강아지'가 있기 전, 궂은 날씨에도 이곳저곳을 뛰며 생계를 책임지는 고단함 속에서도, 부모님의 깊은 사랑을 확인하고 '중장비'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학사강아지' 뽀삐입니다!


이번 주 뽀삐의 일상은 바로, 대학교 사무보조와 물류센터를 오가며 '일하는 기쁨'을 몸소 체험한 시간, 처참한(과락은 아니고 중간정도였지만)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재수강'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세운 긍정 마인드, 늦은 밤 아들을 기다리던 엄마의 식탁에서 배운 사랑의 위대함, 눈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굴착기 조종석을 떠나지 않았던 '퍼스널 캐릭터' 구축 프로젝트, 9월의 퀴즈대회와 내일의 법원 방청을 준비하며 법학도로서의 자부심을 지켜낸 뜨거운 한 주까지 겪으면서, 몸은 습한 물류센터와 뙤약볕 아래 굴착기 안에서 지쳐 눈까지 따가웠지만, 머리는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라는 신념으로 9월의 퀴즈대회와 내일의 법원 방청을 그리며 꼬리를 힘차게 흔들던 한 주였습니다!






2023년 06월 26일 월요일 날씨: 비 ☔ (과거회상)


아침 일찍 일어나 약을 챙겨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거리가 먼 지점으로 은행 경비 대직 근무를 나가는 날이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습도는 이미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었다. 돈 벌러 다니는 길이 참 빡빡하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났지만, 그래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음에 감사하며 집을 나섰다. 퇴근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엄마께 미리 전화를 드렸다. "엄마, 오늘 집에서 멀리 나와서 퇴근이 좀 늦을 것 같아요. 저 기다리지 마시고 아빠랑 먼저 저녁 드세요. 저는 밖에서 대충 해결하고 갈게요."라고 신신당부했다. 두 분이 나 때문에 배고픔을 참지 않으시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퇴근길에 한 번 더 전화를 드려 확인까지 했고, 나는 역 근처에서 혼자 저녁을 사 먹고 느지막이 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광경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엄마가 이제 막 식탁을 차리고 계셨던 것이다. "아이고 맙소사..." 내 몫뿐만 아니라 엄마 본인의 식사까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엄마는 내가 밖에서 먹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혹시나 배고플 아들을 위해, 또 아들과 함께 밥을 먹고 싶은 마음에 쫄쫄 굶으며 기다리신 거였다. 서운함이 비친 엄마의 얼굴을 보니 미안함에 목이 메었다. 결국 나는 배가 불렀음에도 엄마 옆에 앉아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자식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도,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그 논리를 뛰어넘어 자식을 기다리는 법임을 다시금 깨달은 뭉클하고도 씁쓸한 빗속의 저녁이었다.



2023년 06월 27일 화요일 날씨: 비 ☔ (과거회상)


아침부터 내리는 비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정해진 루틴대로 약을 먹고 병원 진료를 위해 집을 나섰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조용히 내 차례를 기다리며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허기를 달래려 찐 감자 몇 알로 배를 채웠다. 화려한 성찬은 아니었지만, 소박한 감자의 맛이 오늘따라 유독 정직하게 느껴졌다. 오후에는 대학교로 출근하여 밀린 행정 업무를 처리했다.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서류를 정리하고 숫자를 맞추는 일, 어쩌면 남들에겐 평범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는 이 사무보조 업무가 문득 내게는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내 손으로 무언가를 처리하고 그 대가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축복처럼 느껴진 것이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되새기며, 동시에 내가 가진 이 기회들에 비해 나의 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부족함에 대해 신 앞에 죄송함을 느끼며 경건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다행히 내일 물류센터 일감이 확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일은 육체노동의 현장에서 나의 감사를 땀방울로 증명해야겠다.



2023년 06월 28일 수요일 날씨: 비 ☔ (과거회상)


오늘도 비는 그치지 않았다. 습도가 꽉 찬 공기를 뚫고 물류센터로 출근했다. 비 오는 날의 센터는 기온이 낮아도 습기 때문에 마치 거대한 찜통 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오늘은 '집품' 파트에 배정되어 카트를 밀며 넓은 센터를 누볐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바코드를 찍고 물건을 담는 반복적인 동작에 집중하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오후에는 예고되었던 소방훈련이 진행되었다. 실제 상황처럼 대피 경로를 확인하고 안전 수칙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고된 노동 현장에서 안전만큼 중요한 건 없으니까. 훈련을 마치고 다시 업무로 복귀해 퇴근 시간까지 쉼 없이 움직였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생수통을 가득 채워오니 비로소 하루가 끝난 기분이다. 씻고 자리에 앉아 일기를 쓰는데, 내일도 일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이 꼬리를 문다. "내일도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기도를 일기장 끝에 남겨본다.



2023년 06월 29일 목요일 날씨: 비 ☔ (과거회상)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오늘도 물류센터로 출근할 수 있었다. 업무 내용은 어제와 같은 집품이었지만, 마음가짐은 한결 가벼웠다. 땀 흘려 일하는 틈틈이 9월에 있을 학과 연수회 소식을 떠올렸다. 이번 연수회에서는 퀴즈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돈을 버는 '생활인'으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방송대 법학과 학생으로서의 정체성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단순히 상금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는 이 학문에 얼마나 진심인지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다. 내일도 다행히 일이 잡혔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하니 필사 루틴을 서둘러 마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비는 여전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내 마음속엔 9월의 퀴즈대회를 향한 작은 열정이 피어오르고 있다.



2023년 06월 30일 금요일 날씨: 비 ☔ (과거회상)


일주일 내내 비 소식이다. 오늘은 물류센터에서 포장된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해 바구니에 담는 업무를 맡았다. 비 때문에 기온은 그리 높지 않은데, 마스크 안으로 차오르는 습한 공기 때문에 숨이 턱턱 막혔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끊임없이 밀려오는 상자들을 보며, 이 상자 하나하나에 담긴 사람들의 기대와 나의 노동 가치를 동시에 생각했다. 퇴근길, 비가 와서 그런지 가족들과 맛있는 걸 나눠 먹고 싶었다. 원래는 닭을 사 가려했지만, 시장에 닭이 다 떨어졌단다. 대신 노릇노릇하고 쫄깃한 족발을 한 세트 사 들고 귀가했다. 씻고 나와 부모님과 둘러앉아 족발을 먹으니 일주일간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내일은 중장비 교육이 있는 중요한 날이다.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푹 쉬고 내일을 준비하자.



2023년 07월 01일 토요일 날씨: 맑음 ☀ (과거회상)


드디어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중장비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태양과 호랑이 강사님의 불호령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 간부(중령) 출신으로 추정되는 강사님은 눈매부터가 매서웠다. 거대한 굴착기 조종석에 앉아 레버를 잡는데,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기계 때문에 진땀을 뺐다. 옆에서 지켜보던 강사님의 날카로운 지도가 이어질 때마다 긴장감에 입술이 바짝 말랐다. 점심을 먹고 오후 연습에 돌입했다. 비록 지금은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나는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나라가 어렵고 각자도생의 시대라지만, 나는 이럴 때일수록 '나만의 퍼스널 캐릭터(전문성)'를 구축해야 한다고 믿는다. 남들이 쉬는 주말에 뙤약볕 아래서 굴착기와 씨름하는 이 시간이 언젠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핸들을 꽉 쥐었다.



2023년 07월 02일 일요일 날씨: 맑음 ☀ (과거회상)


아침 일찍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축도도 채 끝나기 전에 서둘러 중장비 학원으로 향했다. 한동안은 신앙생활과 자기 개발 사이에서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난도가 높은 코스 주행 연습을 했다. 자동차 운전대를 놓은 지 3년이 넘어서인지 공간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 하지만 반복, 또 반복만이 살길이다. 오후 내내 강렬한 햇빛 아래서 굴착기 유리창을 통해 반사되는 빛을 받으며 집중했더니, 집에 돌아올 때쯤 눈이 타는 듯이 따가웠다. 거울을 보니 눈 주변이 발갛다. 가벼운 화상을 입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 통증조차 내가 오늘 하루를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훈장처럼 느껴진다. 내일은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법원 방청이다. 물류센터 노동자이자 중장비 수습생인 내가, 다시 '법학도'의 정체성을 되찾는 시간. 어떤 재판이 열릴지, 그곳에서 정의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오겠다. 눈이 따갑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또렷하다.







이렇게 저 뽀삐의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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