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영등포 타임스퀘어 교보문고에서 '빠르게 실패하기'라는 책을 발견했다. 사실 자기 계발 서적을 안 읽는 편인데, 공감이 되는 내용이 많아서 읽어보고 주변 지인에게 선물도 할 겸 구입했다. 코넬, 스탠포드, 하버드 같은 아이비리그 대학의 연구진들이 논문에 활용된 실험과 사례를 들고 있는데, 여기서 가장 강조하는 첫 번째 주제는 바로 '지금의 행복'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안고 살아간다. 돈을 더 벌어야 해서, 공부를 좀 더 해야 해서, 준비가 더 필요해서 등.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인해 결국 포기하고 자신의 꿈을 저버리는 것이 과연 인생 전체로 놓고 봤을 때 득이 되는 일일까?
나는 대학교를 들어간 이후부터 단 한 번도 후회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없다. 정말 알차고 재밌게 보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남들을 따라가기보다 나만의 방식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을 병행하면서 평일과 주말의 시간을 투잡, 쓰리잡으로 꽉 채워 일을 해야 했다. 혹자는 그런 일 할 시간에 스펙을 쌓거나 다른 동아리 활동, 혹은 밖에 나가서 무언가를 체험하는 경험을 더 많이 해보길 권하고, 일하는 것을 말리곤 했다. 하지만 사실 그때 아니면 하지 못할 것들이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 대학교 졸업해서 새벽에 호텔 조식 서버를 할 수 있을까? 카페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는 이유로 최저시급 받으면서 카페 바리스타 하는 건? 방송 전공도 아닌데, 순수하게 방송제작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방송국 카메라팀에서 일하는 건? 그때는 젊은 나이이고, 시간에 대한 부담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서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도 만나보고, 사회생활의 쓴 맛도 보는 것이 나에게는 일종의 배움이자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과 똑같은 삶은 살기 싫었던 것도 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고, 직장 다니고, 결혼하고... 이왕 한번 사는 인생 정해진 하나의 공식처럼 짜여진 틀 안에서 사는 것보다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면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렇게 바라던 대로 '잘' 살고 있다. 이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이유도 바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부딪혀보자'는 나의 가치관과 정확히 부합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실패하기'의 핵심은 제목 그대로,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거나 갈망하는 것이 있으면 생각을 줄이고 실행력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행자라는 책을 쓴 자청이 언급한 것처럼, 쓸데없이 두려워하거나 이런저런 계산해가며 겁먹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경험상 상상만 하다가는 시간만 흘러갈 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삶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살고 있을 때 겪는 시련과, 환경 탓에 끌려가는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고통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전자의 경우, 그 순간만큼은 힘들지만 책임감을 갖고 제 발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걸 견디고 이겨냈을 때, 설령 실패하고 도중에 포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얻게 될 교훈의 가치는 돈 같은 유형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반대로 후자의 경우에는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가는 것조차 아닌데도 불구하고 여러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늦기 전에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남과 다른 자신만의 주체적인 삶을 개척해나가자. 그 결과가 어찌 됐든 적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