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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예인 Sep 30. 2024

[What’s in my bag]

배낭여행이 처음이십니까? 이걸 꼭 보십시오.

 사실 네이버에 ‘배낭여행 준비물’이라고 검색하면 된다.

 그래도 준비해 본 코너.

 배낭여행을 하며 느낀 모든 것을 총 동원해서 적어볼 테니 믿고 읽어주시길.






 샴푸는 비누로

 나는 배낭여행을 한 번 가면 90일 동안 체류한다. 유럽만 갔으니까 무비자로 딱 90일이라 그렇다.

 이렇게 3달씩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샴푸와 바디워시가 꽤 문제 될 때가 많다.

 초보일 때는 전 세계 어딜 가도 샴푸와 바디워시가 있으니까 기내반입만 가능하면 오케이였다. 그런데 다니다 보니 이놈의 샴푸는 꼭 안 좋은 타이밍에 똑떨어진다.

 


 소도시에 있을 땐 마트에서 샴푸를 구매해야 하는데, 대용량이거나 쥐콩만 하거나 둘 중 하나일 때가 많다. 그럼 또 금방 사야 하고 금방 쓰고 또 떨어지고.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래서 고안한 방법. 바로 ‘샴푸바’다.

 고체 샴푸라고도 부르는데 120g 되는 샴푸바 하나가 60번이나 쓸 수 있다. 부피도 작고 가볍고 오래 쓸 수 있어 배낭여행을 할 때 딱이다. 제품은 ‘동구밭’ 샴푸바를 추천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게 아무래도 비누니까 쓰고 나서 말리지 않으면 금방 무른다. 호스텔 체크아웃 직전에 쓰고 가방에 넣어 놨다가 까먹어버리면 이거 참 영 좋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것만 감안하면… 환경에도 좋으니까!








 주머니 싸움

 주머니는 많을수록 좋다. 이건 가방에도 적용되는 말인데,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가 달린 가방을 사는 게 좋고, 다양한 재질의 주머니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를테면 각 사이즈 별 지퍼백은 많을수록 이득이다. 작은 것은 낱개로 된 커피 믹스나 고무줄, 라면수프 같은 것을 담기 좋고 중간 것은 먹고 남은 음식을 담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 다닐 때 쓴다.


 빨래를 담아 다니는 복조리형 천 주머니, 신발주머니, 속옷 주머니, 세면도구 주머니, 충전기 선 주머니, 동전 주머니 등등 모든 게 주머니다!

 마지막 배낭여행 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머니를 많이 챙겨 갔는데, 요긴하게 썼다. 지퍼백은 나중에 모자라기까지 했다.

 주머니는 정말 많을수록 좋다.








 나는 스포츠 타월을 사랑해요

 스피드 드라이 타월이라고도 불리는 이 마법의 수건은 정말이지 필수다.

 한국에서부터 가져가면 좋겠지만, 여행지가 유럽이라면 가서 사는 걸 추천한다. 나는 스페인 스포츠용품 매장에서 산 스포츠 타월을 6년 동안 쓰고 있다.


 얇고 가벼우니 온몸을 다 덮을 만큼 큰 사이즈를 사길 바란다.

 샤워를 하고 쓰자마자 세면대에서 비누로 세탁한 뒤 2층 침대에 걸어두면 정말 금방 마른다. 게다가 커튼처럼 공간 분리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다.

 젖은 상태로 이동해야 할 경우 옷핀으로 가방에 걸어두고 다니면 된다. 어느새 또 말끔히 말라있다.


 나는 이 놈을 정말 사랑한다.

 너를 몰랐다면 나는 뽀송한 여행을 할 수 없었을 거야.




 *참고로 꽤 괜찮은 호스텔에 가면 수건을 줍니다. 근데 돈 받거나 안주는 곳도 많음요.






 소유하지 않은 자의 발걸음이 더 가볍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약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배낭을 가볍게 하라.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계속 걸어 다니다 보면 누구라도 욕 나올 정도로 힘들다.

 물론 이것도 저것도 다 필요해 보이겠지만, 유럽이고 미국이고 가려는 곳이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이다. 그러니 덜 가지고 가서 필요하면 살 생각을 하는 게 좋다.


 첫 배낭을 쌀 때, 나는 정말 별의별 걸 다 집어넣었다.

 미니 고데기, 크레파스, 스케치북, 가이드북 등등… 결국 하나둘씩 버렸다. 막상 가보면 필수품이라 생각했던 걸 버리게 되고 생각지도 못했던 게 필요해지기도 한다.

 그러니 차라리 텅 빈 배낭이 낫다.


 옷도 마찬가지다.

 아끼는 옷을 들고 가는 건 골칫덩이가 되기 십상이다. 버려도 아쉽지 않은 것들로 챙기고 기온에 따라 옷을 구매하는 게 좋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챙길까 말까 고민되는 것들, 전부 집에 고이 모셔 두시길.







 만약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이건 부가적인 팁인데, 여행 중 도움 받을 일이 꼭 생기기 마련이니 작은 선물을 들고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한국 전통식으로 만든 가벼운 열쇠고리나 마그넷 등 외국인이 인사동에 와서 사갈 법한 것들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천 원짜리 지폐도 좋다. 언젠가 한국에 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돈을 선물했을 때 백이면 백 다 좋아했다.


 특히나 요즘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각광받는 추세이니 인기쟁이가 되고 싶다면 한국 국기를 배낭에 달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대신 실수했을 때 일본인이나 중국인인 척 못함).

 같은 한국인들끼리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표식이라 뜻밖의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건 몇 년째 제 등에 업혀 다니는 놈입니다






 도움이 좀 되셨을까요. 아니라면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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