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유럽이라서 맛있을지도
이번 주제는 유럽에서 해 먹기 좋은 파스타 레시피다. 호스텔 주방이 깨끗하고 좋으면 대체로 이렇게 해 먹곤 했다.
참고로 요리 솜씨가 좀 있는 편입니다?
유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여기서 중요한 건 '콜리플라워'와 '오이'다. 두 가지 다 싫어한다면 넘겨도 좋다. 양파나 버섯으로 대체 가능하다. 그래도 한국 보다 몇 배는 더 싸니까 이 기회에 먹는 걸 추천한다.
돼지고기는 닭고기로 대체 가능하다. 마늘 필수. 유럽은 보통 통마늘로 팔아서 직접 다 까고 썰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향이 세고 맛있긴 하다. 토마토는 뜨거운 물을 부어 껍질을 벗기는 게 좋다. 나는 귀찮아서 그냥 넣었다. 아, 파프리카는 꼭 있어야 합니다. 신선하고 맛있어요.
먼저 둥글고 깊은 팬에 마늘을 넣고 버터 한 덩이와 함께 볶는다. 여기에 올리브유를 조금 붓는다. 만약 당신이 호스텔에 갔는데 그런 게 없다! 그럼 사야 한다(올리브유 때문에 파스타를 포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물 올리고 파스타 면을 끓이고 있겠죠? 당연한 건 말 안 합니다.
보통 파스타에 들어가는 고기는 담백한 부위를 사용하는 편이다.
마늘이 노릇노릇 해지면 고기를 넣고 볶는다. 이 과정에서 잡내가 사라진다. 여기에 말린 바질 가루나 양파가루, 치킨 스톡 등 조미료를 넣으면 좋지만, 우리는 지금 열악한 호스텔에 있다는 설정이니까 그냥 소금 치세요.
연기가 나니까 사진이 무슨 우주 행성 침공 같네.
아무튼 돼지고기가 '어? 얘 벌써 익었네? 먹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되면 야채를 투하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좀 쎈놈들만 집어넣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리여리 한 놈들을 벌써부터 집어넣으면 완성될 때쯤에 죽이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자, 계속 볶으세요.
이번에는 먼저 넣은 센 야채가 '이거 생각보다 잘 안 익네? 아직도 아삭할 듯'이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야리야리한 놈들을 넣는다. 양파나 버섯, 오이가 이 부류에 속한다.
아, 참 쓰면서 생각났는데 불 조절에 관해서는... 사실 잘 모른다! 미안하다. 나는 그냥 가장 센 불로 하면서 대신 좀 빠르게 볶는다.
자, 좀 볶다가 오이가 투명해졌다 싶으면(기준이 모호해서 죄송) 10분 정도 익힌 면을 투하한다. 이 과정에서 면수 한 컵을 함께 붓는다(한 컵이라 했다고 또 머그잔으로 냅다 한강물 만들어버리지 마시고 농도를 봐가면서 하시길 바랍니다). 이게 또 면 양이 다 다르니까 정할 수 없다. 레시피를 가르쳐 준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하고 절감하는 중.
아무튼 스위트콘을 함께 넣으면 꽤나 맛있다. 사진에 보이는 면이 국수 같아서 '이거 광장 시장에서 파는 퓨전 국수 아니야'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파스타 면 맞다(사실 너무 얇아서 다 퍼지고 별로였다).
완성했다. 나는 면을 잘못 골라서 파스타인척하는 떡이 되었지만, 시중에 파는 가장 흔한 파스타 면으로 하면 촉촉하고 맛있다. 아, 토마토를 많이 넣어야 맛있다.
콜리플라워가 신선해서 일품이고 오이가 이상하리만큼 특별한 맛을 낸다. 추천합니다.
똑같은 사진 같지만 아닙니다.
이번에는 까르보나라 스타일 레시피를 알려드리겠다. 아까처럼 마늘에 버터, 올리브유 넣고 볶으셔요.
다르죠 다르죠?
유럽 마트에 가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가공육이 있다. 그중 가장 두툼하고 짱짱해 보이는 통 베이컨을 사서 이렇게 숭덩숭덩 썰어 넣고 볶으면 된다.
이미 가공된 고기니까 좀 볶는 시늉만 해도 된다. 양송이버섯 추가.
근데 좀 빨리 넣은 것 같네. 버섯은 늦게 넣고 마지막에 살짝만 볶아도 된다. 허술해서 죄송.
이번에도 면을 잘 끓이고 계셨겠죠?
이 파스타는 면수가 아주 중요하다. 10분 정도 삶은 면을 투하하고 스근하게 볶다가 면수를 자글자글하게 붓는다.
사실 유럽 마트에는 이것보다 훨씬 좋은 퀄리티의 파마산 치즈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돈을 아낄 목적으로 이 주방 구석에서 고생하고 있으니까 감안해 주시길.
면수에 스며들게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리고 빠르게 볶아준다. 슬슬 마무리하고 그릇에 담을 준비 부탁.
이거 봐. 버섯을 너무 빨리 넣었어.
조금 유감스러운 비주얼이지만 까르보나라 비슷한 파스타가 완성됐다.
저 빨간 가루는 호스텔 천장 구석에 누가 버리고 간 페퍼가루를 뿌렸다.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는 남은 재료를 가지고 다 때려 박는 파스타입니다. 은근히 맛있습니다.
이번에도 마늘부터 깔고 시작할게요. 벌써 탔네?
제가 쓰다가 귀찮아진 게 아니라 이제 여러분은 꽤 많은 것을 알고 계시니 생략합니다.
베이컨 투하~
토마토 투하~
버섯이 상태가 좀 안 좋아졌지만 아까우니까 투하~
양파도 추가~
이건 가끔 쓰는 방법인데...
유럽 마트에서 파는 시판 소스 통조림, 꽤 맛있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귀찮으면 저 소스에 면만 볶아도 먹을만할 정도. 아무튼 라구 소스를 조금 섞어줄게요.
농도를 맞춰야겠죠. 면수 콸콸~
바질 페스토는 사치입니다. 그래도 추가하면 굉장히 맛있습니다.
조그마한 병에 든 페스토를 발견해서 한 번 사봤다. 소스에 반 스푼 섞어준다.
까르보나라 하고 남은 파마산 치즈 가루를 뿌리면 완성.
정말 더러운 플레이팅 죄송합니다. 근데 맛있었어요.
사실 이 글의 취지는 허술한 레시피를 자랑하는 것에 있지 않다. 조금은 엉터리라도, 파스타에 무슨 오이를 넣어라는 질타를 받더라도 자신의 레시피 하나쯤은 만드는 걸 추천한다.
여행 중 마트에 가서 그 지역 특색에 맞는 요리를 만들어라.
그 레시피를 기억해 뒀다가 한국에서 다시 만들어 먹어보면 분명 그 파스타를 먹는 동안 그 나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낭만적으로 추억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
배고파졌네. 저는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