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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07. 2024

무엇이 나를 '우울'로 이끌었나

외면해 왔던 진짜 이유들과 마주하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깊은 우울로 이끌었을까? 숨 쉬는 것 조차 힘들었던 당시엔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되돌아보면 언니의 죽음은 일종의 기폭제 같은 거였다. 내면에 잠재돼 있던 우울과 불안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그간 외면해 왔던 좌절과 절망이 언니의 죽음으로 터져나온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집이었다. 엄마와 언니가 날 데려왔다고 한다. 물론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마는 덤덤하게 물었다. "엄마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왜 이런 질문을 하지? 어리둥절하던 때에 엄마가 응급실에서의 상황을 설명해줬다.


의사가 여러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죽고 싶다고 생각했나요?", "언제 가장 좌절했나요?" 등이었다고.


"언제 가장 슬펐나요?"라는 질문에 "화목했던 우리 가정이 처참하게 무너졌을 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단언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의식 속에 나는...엄마 아빠의 이별이 아팠나 보다. 엄마 아빠의 헤어짐을 존중해야 한다고, 부모님의 인생에 내가 간섭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는데...참 아팠나보다 그게.


슬픈 건 슬픈 거지만 부모님의 이별을 돌이킬 순 없지 않은가. 엄마에게도 솔직히 말했다. 슬프긴 하지만 두 사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사실 안 괜찮았다. 나도 본가에 가면 엄마 아빠가 같이 날 반겨줬으면 했다. 아빠가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 하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슬펐다. 가끔 가지는 가족 모임에서 흰 머리가 늘어난 아빠의 모습을 보며 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멀리 떠나 있는 아빠...살아가며 이렇게 일 년에 몇 번 밖에 못보는 구나. 어렸을 때는 우리 가정이 화목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아니었다. 엄마의 일방적인 희생이 가정을 유지시켰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나는 여전히 내 진심을 숨길 수밖에 없다. 내 행복 못지 않게 엄마의 행복도 중요하니까. 


엄마는 내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 


"엄마는 네가 살아만 있어줬으면 좋겠어. 엄마랑 연을 끊어도 좋고 해외로 나가서 살아도 좋아. 그냥 세상에 존재하기만 해줘. 안 그러면 엄마는 못 살아. 너 그렇게 갔으면 엄마도 따라 갔을거야. 그러니까 그냥 숨만 쉬면서 세상에 있어주기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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