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선택하게 한 진짜 이유 들여다보기
자살 시도 후,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 3개월...가족들은 기자 일을 그만 하길 원했지만 사실 미련이 좀 남아 있어 놓지 못했다.
친언니는 나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 뒀다. 3개월을 언니와 함께 지내게 됐다.
그동안 나는 매일 아침 산책을 나갔다. 한적한 길, 맑은 공기...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천천히 과거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늘 '우울'이 잠재돼 있던 사람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과 떨어져 유학을 간 탓일까. 늘 외로워했던 것 같다. 그런데 누구에게 기대진 못했다. 타인과 감정을 나누는 법을 몰랐달까..?
부정적인 감정들은 늘 혼자 간직하고 이겨냈었던 것 같다.
외롭던 나는, 어느 순간 외모 강박증이 생겼다. 날씬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듣는 칭찬도 좋았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감행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생겼다. 음식이 좋지만 싫어졌다. 이른바 '섭식장애'가 찾아온 것이다.
유지하는 게 빼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던가. 모두가 부러워하는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건 죽을 만큼 힘들었다. 어느 날은 오레오 세 조각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의 진리는 또 있다. '참으면 병 난다'
억누르던 식욕은 서서히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굉장히 충동적이었다. 분명 머리로는 먹어선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내 몸은 음식을 미친 듯이 섭취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잔뜩 먹어 치우고 후회했다. 당연히 체중은 불어났고, 나는 이를 견딜 수가 없었다.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살쪘다는 말을 들을까봐. 그 두려움이 나를 집 안에 가뒀고, 가둬진 나는 식욕에 더 쉽게 지배당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를 게워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참 편했다. 분명 배가 불렀는데, 부르지 않았다. 몸무게도 그대로 유지됐다.
물론 스스로가 참 한심하긴 했다. 그깟 식욕 하나 주체 못하다니...자책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나 섭식 장애의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