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버린 실핏줄, 부은 얼굴…거울 속의 나를 보다
폭식을 하고 게워낸 다음 날이면 하루 종일 쫄쫄 굶곤 했다. 일종의 현타였다. 스스로가 한심해 미칠 것 같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 없었다.
두렵기도 했다. 어제 그렇게 한바탕 게워냈는데 오늘도 그러면 어떡하지?…여러 감정이 뒤엉켜 한동안 음식을 거부했다.
그러나 자괴감이 서서히 잦아들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식을 이어갔다. 이미 배는 부른데, 이 때가 아니면 못 먹는다는 생각에 지배돼 꾸역꾸역 음식을 입에 넣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때면 화장실로 달려갔다.
또 다시 밀려오는 자괴감에 며칠을 굶고 폭식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너무 싫어 미칠 지경이었다. 친구들과 만남은 필사적으로 피했다. '살쪘다'는 말을 들을까봐…그 말을 들으면 완전히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참 아이러니했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오히려 나를 고립시키고 망가뜨렸다. '진짜 나'는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나조차도 집구석에 처박혀서 먹기만 하는 내가 싫은데 남이야 오죽 하랴. '가짜 나'를 내세우는 게 상처받지 않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어느 날, 화장실 거울 속 나를 봤다. 눈 실핏줄은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져 있었고, 얼굴은 물만두마냥 불어있었다. 그토록 외면해 왔는데...이게 나구나 싶었다.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 사랑받지 못하더라도 '진짜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섭식장애는 마치 '중독' 같았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생각해도 한 순간 충동이 찾아오면 무너져 내렸다.
이 괴물 같은 나를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매일을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울었다.
매일 같이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로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게워내야 하는데 나오질 않았다. '안 되는데' '살 찌는데'...초조하고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뭐 어때'겠지만 당시의 나에겐 아니었다.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안돼...안돼.....좌절하고 있던 때에 화장실 한 켠에 있는 락스가 보였다.
'락스를 먹으면 게워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