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겨낼 수 있어. 스스로를 다독이다
"다시 예전처럼, 남들처럼 살 수 있을까?"
섭식장애를 앓던 시절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분명 예전의 나는 소위 '먹뱉'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왜 이렇게 된 걸까? 게워낸 후 침대에 누워 멍하니 생각했던 것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거식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부러웠다. 적어도 게워내지는 않을 테니까.
화장실 속 락스를 본 순간, '정말 이건 아니다. 이러다간 죽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또 마치 내가 진짜 괴물이 된 것 같았다. 가짜의 나를 위해 진짜 나를 죽이려는 괴물.
결국 그날은 먹은 것을 모두 소화시켜 버렸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지만, 첫 실패는 내게 변화의 계기를 줬다.
"예전처럼 돌아가자. 설령 살이 찐다고 해도, 남들이 살 쪘다고 손가락질 해도 참아내자. 그게 나를 위함이다."
그날부터 '일반식'을 시작했다. 섭식장애를 앓고 있거나, 앓았던 분들이라면 알 거다. 남들처럼 평범한 식사를 우리는 일반식이라고 부른다.
하루 세 끼, 끼니 당 밥 반 공기를 먹었다. 반찬 종류는 제한하지 않았다. 식사 후 변기에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건 새로운 기쁨이었다. 반면 두려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모조리 살로 갈 텐데...'
그렇지만 이겨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내가 살 수 있었다. 사실 일반식을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무너지기도 했다. 충동을 참아내지 못한 날도 꽤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진 않았다. 무너져도 꿋꿋하게 다시 일반식을 진행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마음은 치유되고 있었지만 거울 속의 나는 살이 제법 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