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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24. 2024

난 오뚝이처럼 멋질 수는 없나봐-섭식장애(4)

남들은 멋지게 극복하는 것 같은데...나만 이렇게 수 없이 무너지나?


섭식장애를 극복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괴감'이었던 것 같다. 분명 섭식장애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마음 먹었건만, 수 없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유튜브와 네이버 카페 등으로 섭식장애 극복 후기를 굉장히 많이 찾아봤었다. 남들은 바로바로 강박에서 벗어나기도 하던데. 왜 나는 이 모양일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었다.


동기부여를 위해 찾아 본 영상과 글들이 되려 독이 됐던 것이다.


일반식을 시작하고 외출을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요즘 살 쪘어?"였다. 그럴 때마다 "안 재봐서 모르겠네"하고 웃어 넘기곤 했지만 너무 괴로웠다.


"살 쪘네"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날에는 거울 속 내가 최소 5kg은 더 나가 보였다. 그럼 또 절망에 빠져 화장실로 달려갔다.


예상하던 일들조차 견뎌내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먹는 족족 게워내던 내가 일반식을 시작하면 살이 찔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한 수순이었다. 남들이 어떻게 날 깎아내려도 극복하는 나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했는데...과거의 나는 타인의 공격에 동조해 상처를 키웠다.


상처는 나를 또 다시 화장실로 이끌었다. 다짐이 무너져내린 날이면 죄책감에 휩싸여 며칠 동안 끙끙 앓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면 락스를 삼키려 했던 그 날을 상기하곤 했다. '너 정말 이대로 무너질거야?' '이대로 무너져도 정말 괜찮아?'


자괴감 섞인 질문의 답은 '아니'.


"오뚝이처럼 한 번에 일어서는 멋진 사람은 못 되어도 그냥 계속 일어나보자. 몇 번을 무너져도 그냥 다시 일어나보자" 다짐했다.


그냥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일반식을 지속했다. 포동포동해지는 모습이 보기 싫었지만 눈을 감아 버렸다.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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