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참고 살아가는 거더라구요
섭식장애를 앓은 지도 어연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멀쩡히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완치됐냐고 묻는다면 답은 '아니오'다. 꽤나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과식을 한 날이면 게워내고 싶은 충동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완치란 그러한 충동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이기에, 사실 섭식장애 완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섭식장애를 앓는 대부분의 사람은 날씬하고 예쁜 몸매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나 역시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굶기, 게워내기, 먹고 뱉기 등 섭식장애에도 여러 유형이 있지만 모두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거식증에 해당하는 굶기의 경우 영양실조, 탈모 등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게워내기, 즉 '먹토'는 침샘이 비대해지고 얼굴형이 이상하게 변할 수 있다. 또 토를 하는 과정에서 식도가 막혀 사망 가능성도 있다. 먹고 뱉기 역시 침샘 비대 등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인지해 그 행위 자체를 끊어내는 것은 어렵지만 가능하다. 나 역시 그랬듯 말이다. 하지만 행위 자체의 본질을 끊어내기란 정말이지 신의 영역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면 섭식장애를 앓았던 이들은 위와 같은 행위를 멈췄지만, 여전히 살이 찌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 한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운동 중독에 빠지거나 식사량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이걸 완치라고 볼 수 있을까?
8년이 지난 지금도 때때로 게워내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그냥 참는 거다, 금연 같은 거랄까.
행위는 멈췄지만 이 같은 충동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괴로워 할 필요 없어, 모두들 그래. 충동을 억누르고 사는 거야. 지금까지 잘 참아 왔잖아. 그냥 우린 하루하루 그 욕구를 억누르며 정상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거지. 완치는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