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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혜 Jun 04. 2024

유서를 썼다. "이젠 편해지고 싶어요"

오늘이구나...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매일같이 눈이 퉁퉁 부은 채 출근을 했다. 걱정하는 주변인들에게는 별 거 아니라며 웃어 넘겼지만 그 순간에도 나는 '죽음'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죽음은 구원과도 같았다. 폭포수처럼 흐르는 눈물과 묵직한 가슴의 답답함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문득 냉장고 한 켠에 있는 소주 한 병과 방 안에 놓인 처방 받은 수면제가 생각났다. 아...이 방법이면 편해질 수 있겠구나. 울다 지쳐 널부러진 몸을 일으켰다.


소주와 수면제를 거실 식탁에 둔 채 한참 멍을 때렸다. 결심이 섰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내가 이렇게 가버리면 부모님은 어떡하지...가족 생각에 너무 아팠지만 당시에는 이 고통에서 편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더 켰다.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았다. 평소에는 마시지도 못하는 소주를 들이 붓고 글을 써내려 갔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 정말 미안해. 이렇게 먼저 가서 정말정말 미안해. 그치만 원망하지는 말아주라. 나도 많이 버텼고 힘들었어. 나 편해지려고 가는거야. 나 숨쉬는 게 너무 힘들어.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자꾸 눈물이 나와...'


쏟아지는 눈물에 글씨가 자꾸 흐려졌다. 이와 함께 술은 내 충동을 더욱 부추겼다. 술과 수면제를 끝내 털어 넣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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