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주는 부모님, 언니를 생각하면 살아야 하는데
약을 처방 받았다. 덕분에 잠은 나름 잘 잤지만 우울과 불안이라는 감정은 여전히 내 곁을 맴돌았다.
참 이상했다. 멀쩡하게 출근을 하고 일을 열심히 하고 집에 돌아오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눈이 떠지지도 않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버텼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누군가에게 말할 용기도 없었다.
그러던 중 당직을 앞둔 전 날,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밤 11시까지 눈물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던 탓이다. 무슨 정신인지..밤에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울먹이는 목소리에 팀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저 내일 당직 못 설 것 같아요" 울음을 참으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유를 물으셨다. 왜 그러느냐고.
"우울증이래요.." 솔직히 털어놨다. 평소 차갑지만 배울 점이 많고 기댔던 선배라 나도 모르게 털어놓은 것 같다. 선배는 우선 알겠다며 나를 달랬다.
이렇게 간신히 버티던 내 일상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