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찾아간 정신과, 낯설고 무서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퇴근 후 집 근처 정신과를 찾아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무덤덤한 의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그냥 눈물이 터져버렸다.
"언니가...오래 알던 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참 열심히 살던 언니였는데..그런 언니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니 제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의사 선생님은 차분히 내 말을 들어주셨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뒤 세세한 증상을 설명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고. 의사 선생님은 첫 진료라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선 불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주시겠다고 했다. 진료가 끝난 뒤 직원 분이 검사지를 건넸다. 다음 진료 때까지 작성해 오라고 하셨다. 꽤나 두툼한데...집에 와서 보니 문장이 500개가 넘었다. 일주일 후, 검사지를 가지고 병원에 찾아갔다. 직원 분이 검사지를 건네 받곤 점수를 매기는 듯 했다.
이후 진료실로 들어가자 의사 선생님이 어두운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계셨다.
"생각보다 심각하네요..우울이랑 불안 수치가 둘 다 너무 높아요. 우울과 불안이 서로 시너지를 내서 더 힘드신 것 같네요."
예상은 했지만 중증 우울 판정을 받으니 참담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까지 만든 걸까..
의사 선생님은 약 처방과 함께 심리 상담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