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Jul 31. 2022
1
좋든 싫든 잘해주면 죄다 떠나갔지
애인처럼 굴어서 부담스럽다는 대답만 남긴 채
2
같은 패턴으로 사라진 사내들을 떠올렸다
사랑을 맛본 적 없는 너희들에게 사랑이라는 감미료를 주고 싶었던 걸까 사랑으로 도피하고 싶었던 나의 불안을 들킨 걸까
3
어쩌면 이런 나의 빈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꽁꽁 숨기던 나의 오만함이 나를 꽁꽁 얼리고
4
어디에 무게를 둘 지 몰라 그저 벽을 보고 있습니다 벽은 빛과 어둠만을 응시하게 하고 나조차도 사라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전 그저 벽을
5
비어있는 마음을 애써 채우지 않겠습니다
6
오는 마음 잡지 않고 비워뒀더니 타박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채우면 떠나가고 비우면 쏟아지는 모래시계 같은 인간들 저는 어떤 마음도 비출 수 없어 그늘만 내어줍니다
7
믿음은 사랑의 뒷면일까
눈보라처럼 밀고 들어와도 저는 그 어떤 온도를 느끼지 못하니 저의 계절의 한 겨울인가 봅니다
8
녹아버려도 좋으니 가슴 뛰는 사랑 하다 가고 싶다고
선생님 비명처럼 박히는 제 울음이 들리시나요
9
나를 취하고 싶어 했던 이들이나 내게
취했던 이들에게 나는 치이고 찢기고 무너져
내리고 흐르고 사라졌지만
10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해서 지옥 속에 몸을 던지는지도 몰라 결혼처럼 서로의 양손을 묶고 세상으로 뛰어들 때
11
타인은 지옥,
그 지옥 속에 세계는 태어나고
12
진짜 지옥이 있다면 너 대신 갈게
그것이 나의 사랑 방식이었지만
13
그 어느 누구 하나도 내게
천국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