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Aug 31. 2022
오랜만에 햄버거를 먹고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살은 안빠지는데 안 먹을 생각보다 먹을 생각부터 한다니 인간은 참 절제할 줄 모르는 종족입니다 그렇죠 맛있게 잘 먹었으면 기분이라도 좋아야하는데 이상합니다 쾌락처럼 그 순간만 황홀할 뿐입니다 지금의 나는 살면서 가장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더는 어린시절의 저를 찾아볼 수 없고 생기도 탄력도 줄고 그러니 자신감도 없고 자연스레 나약해진 것 같습니다 뚱뚱한 나도 사랑하라니 나는 그냥 나를 사랑할 뿐이지 뚱뚱한 나도 사랑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는 표준 피지컬이 있고 그 범주를 벗어난 나는 객관적으로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젊음이 흩어짐으로 더는 아름다움에 현존하지 않다는 것과는 다른 지점입니다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살이 찐다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요즘 하루이틀 걸러 두 시간씩 운동을 해왔지만 며칠만 나태해져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번뇌합니다 먹는 것을 줄이고 움직임을 늘린다는 단순한 진리를 거부할 때 나의 몸은 기하급수적으로 나를 복사해 늘리는 것 같습니다 세포들 스스로 소멸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걸까요 이제 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조차 세포의 마음을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약속은 언제나 깨지기 마련이고 딱 죽지 않을만큼 먹고 죽지 않을만큼 운동해야겠구나 독하고 지독해져야 내가 나를 인정하게 되는 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제 아름다움과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존경하기 위해서라도 제 자신과 타협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