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aranaim Lee
Oct 18. 2021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떠한 부당한 상황에서도 친절한 멘트와 사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녀는 텔레마케터 직원이다
혼자 밥을 먹고 기계처럼 일을 하는 그녀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되도록 말을 섞지 않는다 감정 없는 인형처럼 아침저녁으로 이어폰을 꽂고 드라마를 보고 예능을 보고 집에 돌아와서도 잠들기 전까지 텔레비전을 틀어놓는다 혼자이지만 혼자인 자신의 외로움을 부정한 채 꾸역꾸역 하루를 삼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그녀이다
옆집 남자가 인사 좀 하자며 말을 걸어와도 무심하던 그녀는 엄마가 죽은 뒤 17년 만에 찾아온 아버지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다 재산을 넘겨달라는 그에게 순순히 도장을 찍어주고 난 뒤에도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며 cctv로 그를 감시한다
cctv 속의 아버지는 혼자서 지루박 스텝을 밟으면서도 아파서 병원에 있다며 거짓말을 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특히 교회 사람들과 죽은 엄마를 위한 추도예배를 드린다면서 하하 호호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녀에게 경박하고 소름 끼치는 모습으로 비친다
때마침 옆집 남자는 고독사를 하고 그곳에 새로운 남자가 이사를 온다 남자는 죽은 이의 넋을 달래주고 싶다며 단지 사람들을 불러 제사를 지낸다 차마 그곳에 들어가지는 못하는 그녀는 열린 현관문 너머로 보이는 제사를 보며 죽음에 애도하는 경건한 모습에 숙연해진다
_감독이 아무래도 기독교인들의 내세관에 따른 추모방식을 비꼰 지점이라고 본다 사람이 죽으면 애도하는 것이 예의인데 죽은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갔을테니 기뻐하자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수도_
일하는 곳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사수가 되었던 그녀는 신입에게 선을 긋고 차갑게 대했지만 막상 신입이 일을 그만두자 괴로워한다 그녀가 곁을 주지 않았던 이유도 바람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트라우마가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고립되고 외로운 삶을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갑작스러운 모든 이별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이제라도 꿰매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지
그녀는 신입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했다고 잘 가라고 제대로된 작별을 고하고 자꾸만 자신의 삶에 침범하는 아버지께는 그동안 cctv로 지켜봤다는 고백을 하며 안부 차 자주 들여다볼 테니 각자의 삶을 살자며 최소한의 선을 긋는다 부정적인 관심을 긍정적인 관심으로 바꾸겠다는 그녀의 변화가 시작된다
살아있는 자들이 살아있는 자들에게 건네는
예의는 어쩌면 적당한 거리와 인사일지도
그녀는 습관처럼 틀어놓았던 텔레비전을 끄고 고독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다 그것은 현실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첫걸음이 아니었을까